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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신고리, 제3의 길도 열어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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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07-21 11:20 조회38,6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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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132048025&code=990100#csidxa2f4464f10ab7bf8d890dd8e7898b80


[녹색세상]신고리, 제3의 길도 열어둬야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중단한다고 해서 원전 제로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계속한다 해도 원전 제로가 실현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건설중단이냐 계속이냐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원자력계와 반핵진영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상징성을 가질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이정표가 되는 것도 아닌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것이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중단을 둘러싼 대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3월 문재인 후보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후 이미 4개월이 지났고, 그사이에 공정이 상당히 진행되었다. 공사비, 설계비, 보상비 등으로 모두 2조6000억원의 돈이 투입되었다. 공사를 완전히 중단할 경우에는 손실이 10조원으로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자력계와 야당에서는 이를 근거로 건설중단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고, 원전 제로까지도 비현실적 발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린 결론은 공론화를 거쳐 시민 배심원단이 결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약속했을 때에 비해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약이기 때문에 건설을 중단한다거나, 그동안 들어간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계속 건설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보다, 시민들에게 맡겨 공부와 토론을 거쳐서 결정하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더 부합하지 않겠는가. 이 과정이 숙의 민주주의의 중요한 사례가 되어,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원자력계와 반핵진영에서는 오직 공론화 과정에서 나올 결론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기대하는 결론을 가지고 있으니, 자기들 편이 아닐 것 같은 공론화 위원이나 시민 배심원단이 선정되면 불만을 쏟아낼 것이다. 이미 국가의 중대사를 어떻게 비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가, 공론화 설계가 원자력계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가 아니다. 그것과 상관없이 이 중대사를 처음으로 공론화를 통해서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숙의 민주주의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고 성과도 거두었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중 하나는 결론 도출에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수용성은 높아진다. 이번 공론화를 위해서도 3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되고, 1000억원의 돈이 투입된다. 아주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공론화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준비와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원자력계와 반핵진영은 공론조사를 지켜보며 이 과정이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일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민배심원단이 건설중단과 계속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지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결론에 조건을 붙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고리 5, 6호기는 계속 건설하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발전용량이 작은 고리 2, 3, 4호기 폐쇄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는 건설을 계속하면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수조원의 손해를 면할 수 있으니, 그 추정 손해액 수조원을 해상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투입한다는 결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정도 돈이면 원전 한 개와 맞먹는 해상 풍력단지를 건설할 수 있다.


공론화를 결정한 국정기획위의 발표와 달리 정부에서는 결론이 어떻게 나든 시민 배심원단의 결정에 반드시 따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을 중단이나 계속으로 한정하는 것보다 다른 선택도 가능하도록 열어두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결론에 대한 설계까지 공론화위원회에 맡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후략)


이필렬 |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부

(경향신문, 2017.07.13)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132048025&code=990100#csidxa2f4464f10ab7bf8d890dd8e7898b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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