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촛불연합이 개혁의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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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05-19 12:08 조회38,26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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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했다. 온 국민이 매운 계절의 서릿발 칼날 위를 함께 지나왔다. 무법자 정권을 끌어내리고 새 질서를 만들어낸 민주공화국의 아침이 감격스럽다. 그러나 새 정부의 항로는 아직 불확실하다. 집권 초기에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방향을 잘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새 정부를 끌고 밀고 갈 힘은 역시 촛불민심이다. 촛불민심이 만든 정치지형을 다시 살펴보고 인사와 국정과제 설정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차분히 점검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촛불민심이 보수 우위의 정치지형을 변경시켰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형 속에서 문재인 후보가 잘 적응한 측면도 있지만, 안희정 지사와 안철수 후보가 중도 보수의 빈 공간을 메워준 측면도 있다. 대선에서는 41.1% 지지율로 당선될 수 있었지만, 경제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려면 촛불의 정치지형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촛불집회는 그간 여러 차례 1987년 체제의 퇴행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큰 틀에서 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폭발한 촛불민심은 망가진 헌정체제를 지키려는 절박한 의지의 표현이다. 87년 체제를 넘어서서 전진하려는 힘도 87년 체제의 후퇴를 막으려는 세력들의 힘을 모으는 데에서 나오게 된다.
이번의 대선 구도를 만든 유권자 지형은 촛불에서 탄핵까지 이르는 시민항쟁의 과정이 결정한 것이다. 집권세력 내부의 어느 누구도 국정농단 게이트에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집권세력은 스스로 붕괴해서 탄핵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결정적인 시기는 11월12일 3차 집회(100만명 참여)와 12월3일 6차 집회(232만명 참여)였다. 3차 집회 이후 김무성 의원의 탄핵 주장이 나왔고, 6차 집회의 압력으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탄핵을 둘러싼 여론의 흐름은 대선 구도를 결정했다. 촛불민심에는 두 측면의 걱정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는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가질서가 마비되면 안된다는 걱정이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되고 특검·헌재·검찰 기능이 작동하자 촛불집회에 결집된 민심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의 완성이라는 과제로 옮겨갔다.
촛불민심은 대선구도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헌재에서 박근혜 파면이 결정된 3월10일 직전에 행해진 여론조사에서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6.9%로 집계된 바 있다. 이는 홍준표 후보 지지율 24.0%를 뺀 수치와 거의 일치한다. 촛불의 힘은 대선에서 중도·보수층 상당 부분을 보수 고정표에서 이탈시켰다. 이들은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하기도 하고, 국민의당·바른정당 지지세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특히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득표를 합한 것이 28.2%를 차지했다. 이는 분단체제하에서 공고화된 수구보수 정치세력의 일각을 무너뜨린 전환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는 했지만, 민주당의 캠페인이 꼭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촛불민심을 민주당이 최대한 흡수한 시기는 경선과정에서 이재명 시장과 안희정 지사가 차례로 부각되는 시기였다. 특히 안희정 지사가 연정론을 띄우면서 중도·보수 세력이 대거 유입되었다. 그러나 적폐청산론과 연정론이 적대하고 대립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결과 유입된 지지세력의 상당부분이 다시 빠져나갔다.
이번 정권교체는 문재인과 민주당만의 승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촛불시민혁명의 과정이고 부분이다. 민주당·정의당이 다 포괄하지 못한 중도·보수층도 촛불민심의 구성요소다. 오히려 이 부분이 개혁의 중요한 동력이다. 기존의 보수·진보세력에서 이탈하여 국민의당·바른정당에 모인 세력이 분단체제를 흔드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교수, 경제학
(경향신문, 2017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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