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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화염과 분노’를 경고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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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08-11 14:51 조회37,6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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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핵 때문에 망할 위기에 몰리지 않으면 대화와 협상으로 절대 핵을 버리지 않는다.” 제재론의 근거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유엔이 기존 ‘역대 최강의 제재’보다도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한 것도, 트럼프 정부가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세상을 재단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은 이상주의다.


이번 제재로 수출이 전면 금지된 석탄을 보자. 북한은 석탄을 수출하기도 하지만 수입하기도 한다. 석탄 매장량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북한에서 석탄은 거의 전부가 무연탄이고 유연탄은 거의 없다. 무연탄은 일반 난방용으로 사용하기에 좋지만 제철을 위해서는 고열을 생산하는 역청탄이나, 역청탄을 가공한 코크스가 필요하다. 북은 엄청난 무연탄을 생산하면서도 제철공장용 역청탄이나 코크스를 수입해야 한다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의 석탄(무연탄) 수출은 적어도 일정 부분 석탄(역청탄)을 수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유엔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북의 석탄 수출이 중단되면 단순히 북의 수입원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다. 제철산업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금속공업 등 생산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 통상적 무기 체계뿐만 아니라 미사일이나 핵무기도 거의 ‘쇳덩어리’이므로 핵미사일 생산을 제약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유엔 제재에 북한의 석탄 수출 금지를 포함한 데는 이런 고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지난 10여년 사이 일어난 북 내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북은 이미 2009년 ‘주체철’ 생산체계를 완전히 확립했다고 공언했다. 그 요체는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역청탄 대신 무연탄을 사용하는 제철법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철, 제강, 정련 공정을 일관화한 공정을 완결했다고도 한다. 북이 보유한 무연탄과 철광을 이용해서 강철 등 여러 가지 강재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거의 10년 전이다. 그 후 ‘주체철’ 공정으로 개비된 공장들이 여럿 생겨났다. 대형 사고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 공장들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여러 산업 분야로 퍼져나갔다. 북에서 흥남 비료연합기업소라고 부르는 비료공장이 또 다른 예다. 한때 원료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해 ‘거대한 고철 더미’라고 비웃음을 받았고 굶주린 주민들이 이 고철을 떼다 판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떠돌기도 했던 이 공장도 그동안 완전히 재건됐다. 이 공장은 북에서 보유한 갈탄으로 비료를 생산한다. 석탄 수출이 금지되면 외화 수입 감소로 북도 아쉬운 부분이 생기겠지만 석탄을 원료로 하는 공장들에는 나쁜 소식은 아닐 것이다.


되살아난 기간산업에 힘입어 최근 소비재 생산도 활발해지고 있다. 차량의 수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패션이 화려해지고 하이힐 굽도 높아졌다. 핸드폰 사용은 이미 보편화됐다. 얼마 전까지 대형 매장을 채우고 있던 중국산 과자와 사탕, 옷가지 등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북한산 제품이 채우고 있다.(후략)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겨레, 2017년 8월 9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6206.html#csidxdffecb6fe51aa4683bb85983144d203 onebyone.gif?action_id=dffecb6fe51aa4683bb85983144d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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