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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새 정부 100일, 과속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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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08-16 15:49 조회37,6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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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161135001&code=990100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났다.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딛고 겨우 나라의 꼴을 갖춰가고 있다. 시민들이 애를 태워가면서 이루어낸 정권교체였기에 새 정부의 행보를 격려하는 허니문 기간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새 정부에 대한 절박한 기대감의 한편에 걱정과 아쉬움의 여론도 커지는 움직임이 보인다.

새 정부에 대한 열광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이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는 데에서 “예상했던 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쪽으로 가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표적인 부분이 인사 부문이다. 피우진 장관과 박기영 본부장 임명이 매우 대조적이었다. 시중에서는 출범 초기 정권의 긴장감이 많이 이완된 것으로 느낀다.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파멸한 측면이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은 대통령직 파면과 형사재판의 결과를 종합하여 생각하게 될 것이다. 현재 야권의 지리멸렬한 모습도 언젠가는 정비될 것으로 봐야 한다. 핵심 직책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되고 유관기관 인사 국면으로 넘어가게 되면, 문제 상황은 더 많이 발생하고 도덕성과 연고주의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질 것이다. 인사 분야에서 초심을 돌아보는 결연한 자세와 대책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는 반사효과가 포함되어 있다. 지지율 70~80%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어느 시점에서 새 정부가 도덕성과 능력 면에서 절대 우위를 주장하기 어려운 때가 오게 된다. 결국 길게 보고 정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비하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은 더 결단력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노무현 정부는 좀 어수선해보였지만 백화제 방식의 토론과 자유로운 기풍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이미지는 화려하지만, 그 내용은 공허한 느낌을 준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 식견을 가지고 결단을 내릴 수는 없다. 함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사와 의사결정 과정이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시중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외교안보이다. 외신에서 심각한 안보위기에 한국 사람들이 너무 심드렁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람들 마음이 실제로 한가로운 것은 아니다. 내심의 불안감이 높지만, 깊은 무력감은 침착한 모습의 외양을 동반하곤 하는 것이다.

국민들도 외교안보 환경이 매우 어렵다는 것, 한국이 운전석에서 상황을 주도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신뢰가 크지 않다. 한·미 정상회담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베를린 구상 발표, 사드 임시배치 결정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메시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누가 어떻게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지, 각각의 메시지가 다른 루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 뒤에 최고의 팀이 신중하게 일하는 과정과 시스템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편 일자리 대책, 최저임금 인상,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 부동산 대책, 부자 증세, 건강보험 보장강화 등 매우 중요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문제들은 급박한 시장상황이나 주어진 일정 때문에 피해가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기존 정책을 마냥 답습할 수는 없으니 정책조정 및 전환을 위한 일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과 공공부문이 조화를 이루는 중장기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 이를 차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적 해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해 당사자들 간의 협상으로 해결책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가르침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이해 당사자가 있고 연관된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과 자영업자 문제, 건강보험 보장강화에 따른 과잉진료 문제는 전체 효과를 미리 계량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방적인 토론절차를 거쳐 합의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정책 시그널이 강해지고 부작용은 줄어든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경향신문, 2017년 8월 16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161135001&code=990100#csidxd98779896585090b33480ae8e4d67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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