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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이 다케시] 누가 국가를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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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12-12 13:46 조회37,7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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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2858.html 

며칠 전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이 발족했다. 그들은 <제국의 위안부> 저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명예훼손 소송 2심 판결을 비판하며, 이어질 소송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100명 가까운 이들이 동참한 이 모임의 호소문을 보니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이들은 “이러한 2심 재판부의 판결 앞에서, 군사독재 정권과 함께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사상적 통제가 다시금 부활하는 듯한 느낌, 획일적인 역사 해석이 또다시 강제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은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는데, 국가기관이 역사를 해석하는 것에 대한 이런 유의 비판은 10여년 전에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를 비롯해 여러 과거사 관련 위원회가 설치되어 국가 차원의 ‘과거사 청산’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런 국가사업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비판하고 나선 지식인들이 있었다. 내부적인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민족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 이들이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흐름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들은 국가가 ‘친일파’를 규정하고 역사를 판단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비판 작업의 산물 가운데 하나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2006)이라는 책인데, 그 편자 가운데 1명이 그동안 <제국의 위안부>를 옹호하는 데 앞장섰던 김철 연세대 명예교수라는 사실은 여기에 있는 어떤 흐름을 잘 보여준다.


또 이번 모임에 동참한 면면을 살펴보면 2015년 12월에 나왔던 ‘지식인 성명’과 달리 안병직, 이영훈, 이대근이라는 이름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뉴라이트 지식인 그룹의 한 축을 이루었던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주요 구성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우선 분명히 말해둬야 할 것은, 내가 ‘뉴라이트=친일파’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이번 모임에 참여한 이들을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은 대체로 ‘친일파’로 분류되는 이들에 대해 우호적이었으며 그들을 이해할 필요를 역설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식민지 권력에 협력했던 이들에 대한 이해심이 현재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나’를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데 있다.


뉴라이트 지식인들이 근현대사 교육에 개입하면서 말하려고 했던 것은 한마디로 ‘저항은 부질없다’는 것이었다. 괜히 저항하지 말고 권력과 ‘현명하게 협상하자’는 이들의 입장이 그 선구자로서 ‘친일파’를 주목하게 만든 것이다. <제국의 위안부>에서 큰 문제가 되었던 일본군과의 ‘동지적 관계’라는 서술 역시 그들의 저항을 보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인데, 이들이 공유한 이 무력함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봤을 때, 지원 모임이 이번 판결과 관련해 “우리는 앞으로 신변의 위해를 입지 않으려면 국내외의 주류 집단에서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역사 인식만을 따라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의 의미는 분명해진다. 이들은 국가가 정하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국가를 ‘비판’하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던 이영훈이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겉보기와 달리 여기에는 근본적인 국가 비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후략)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한겨레, 2017년 12월 10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2858.html#csidxe146a6e042ec51ca46c4bc36644ff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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