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특검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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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2-24 16:15 조회33,56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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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의 약속마저 어기고 특검의 대면조사를 미루며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역시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7시간’ 동안의 통화 내역 등 관련된 객관적 기록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지 않았다. 헌재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노골적인 지연 전술과 졸렬한 변론 수준은 세간의 빈축을 샀으며, 대통령이 최종변론기일에 출석하더라도 재판부와 국회 소추위원의 질문을 피하겠다는 어이없는 대응도 나왔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고위 인사로서 끝내 헌재의 출석 요구를 외면하며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휴지조각 취급했다. 소위 ‘문고리 3인방’ 중 구속된 정호성을 뺀 이재만·안봉근은 파렴치한 잡범인 양 종적을 감추기도 했다.
한편 이준식 부총리와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사실상 없음에도 불구하고 편법과 궤변을 동원하며 파산한 정책에 매달린다. 수구세력은 “군대여 일어나라” “빨갱이는 죽여도 돼”같이 눈살이 찌푸려지는 구호를 앞세우며 증오와 갈등을 조장한다. 국민 앞에 깊이 참회한다던 여당은 당명만 바꾼 채 소속 의원들이 탄핵반대 집회에 나와 사실무근의 치졸한 발언을 일삼는다. 이러한 헌정 교란은 평범한 시민의 상식에 비출 때 총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대통령 측 변호사가 법정에서 감히 입에 올린 대로 ‘내란’ 수준이다.
2월 임시국회는 환경노동위원회가 여당과의 합의 없이 MBC 노조탄압, 삼성전자 백혈병, 이랜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청문회를 의결한 일로 헛돌았다. 개혁법안들이 무산될 위기이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간단한 개혁조차 막혔다. 여당은 국회 선진화법의 보호막 뒤에서 여야 합의 여부를 무기로 개혁을 좌초시키고 있다. 의회를 허수아비로 만든 꼴은 박근혜 정권이 국정농단 사태 이전에 정국을 일방적으로 운영하던 때와 다를 게 없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지금까지 시민들이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광장과 거리에서 소리 높여 외친 덕분에 대통령을 탄핵하고 국정농단 주범들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민생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수구 기득권 세력들, 헌정파괴의 공모자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하늘을 찌르는 주권자의 분노 앞에서 부정한 자들이 어째서 겁도 없이 형세를 뒤집으려 드는 것일까? 수구집단이 막다른 길에 몰려 허세를 부리는 것임을 먼저 지적해야겠다. 3월 초 탄핵이 인용되고 이후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이 탄생하는 정치 일정은 흔들리기 어렵다. 헌재의 헌정질서에 대한 책임의식을 의심할 수 없을뿐더러, 행여 탄핵이 기각되거나 연기된다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300만, 400만 시민이 쏟아져 나올 거라는 사실만 상기해도 충분하다. 탄핵 인용과 정권교체는 새봄처럼 성큼 다가와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만 되면 정말 세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길로 들어설까? 낙관하기 힘들다. 수구세력이 철면피하게 행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을 척결할 정치세력과 대안적 비전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구집단은 새 정부가 처할 안팎의 어려운 여건을 악용해 개혁을 가로막고 국민을 분열시켜 권력을 탈환할 꿈을 꾸고 있다.
촛불시민혁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민주 시민들도 제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우리 안의 최순실’ 청산과 더 나은 사회 건설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회가 더 투철한 자세로 나서야 한다. 각 당이 대선 준비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당장 할 일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거부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미 작년에 특검법을 통과시킬 때 필요할 경우 30일 기간 연장은 여야의 합의사항이었다. 손도 못 댄 주요 수사 대상들을 볼 때 기간 연장의 필요성은 분명하고 절실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국민의 뜻에 따른 중대한 정치적 합의를 무시함으로써 헌정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비상사태이며 이에 대응할 특검 연장 법안은 당연히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회의장은 심사기일을 지정해서 직권으로라도 28일 본회의를 소집해야 한다.(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
(경향신문, 2017년 2월 23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23210800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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