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공모자들, 그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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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3-28 20:15 조회36,34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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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파면된 전임 대통령 박근혜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고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다.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성역’에 가까웠던 인사들을 구속하여 법의 심판에 넘겼다. 실로 눈부신 촛불시민혁명의 성과이다.
그러나 또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헌정파괴의 ‘공모자’들은 건재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가 대표적이며 내각도 거의 그대로이다. 국정농단의 수족이었던 고위관료들은 정권교체 따위는 상관없는 양 ‘소신대로’ 일하고 있다.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냈지만, 이미 여야 모두 관심과 역량이 대통령 선거에 온통 쏠려 적폐청산을 위한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교육부 하나만 봐도 현실은 냉엄하다.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중에도 이준식 부총리는 끝내 국정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였다. 불법과 탈법, 궤변 등 숱한 무리수를 거쳐 나온 기이하고 부실한 역사 교재를 채택하려 시도 중인 학교는 전국에서 단 하나뿐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 낭비, 불필요한 갈등 속에 중등교육 현장은 혼란에 휘말렸고, 더 나은 일을 위해 써야 할 역량이 소모되었다.
그러나 부총리를 비롯한 교육부 고위공직자들은 끔찍한 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할 뜻이 손톱만큼도 없는 것 같다. 지난주 박성민 전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을 한국교원대학교 사무국장으로 발령한 사실에서 그런 속내가 드러난다. 박성민 전 부단장은 역사 교사들이나 촛불집회에 참여한 중고생을 폄하하는 발언으로도 알려졌다. 당연히 교원대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국공립대학에 사무국장을 내리꽂는 인사 관행은 대학 자율성을 크게 해쳐온 적폐일진대, 국정 역사교과서의 실무 당사자를 다른 곳도 아닌 교원대가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지난 1월에는 국공립대 총장 1순위자로 추천되었지만 박근혜 정권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임용이 거부된 총장후보 8명이 김기춘·우병우 등을 겨냥한 고소장을 특검에 제출했다. 그들은 김사열(경북대)·권순기(경상대)·김영상(충남대)·김현규(공주대)·류수노(한국방송대)·방광현(한국해양대)·이용주(전주교대)·정순관(순천대) 교수이다. 이 중 5개 대학은 이미 2순위자가 총장으로 임용되었지만, 방송대·공주대·전주교대는 아직도 총장이 없다. 특히 방송대는 총장 공석이 무려 30개월을 넘기고 있다.
왜 교육부는 이들 3개 대학에 대해 뒤늦게라도 1순위자를 임용 제청하지 않을까? 속사정을 전혀 모르지만, 이제 와서 임용 절차를 밟으면 오히려 이 일에 깊이 연루된 공모자들이 명백히 드러날까 두려운 건 아닐까? 박 정권하에서 위의 8개 대학뿐만 아니라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이 총장 선출의 파행을 겪었다.
교육부 한 곳에도 이렇게 헌정파괴의 공모자, 공범이 많다. 어제 물 위로 올라온 세월호와 관련된 해경과 해양수산부는 또 어떨 것인가? 관료사회만이 아니라 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 힘 있는 분야마다 공모자가 득시글하다. 또다시 사법파동의 조짐을 보인 법원, 딴나라 방송사 같은 KBS와 MBC, 과거로 돌아간 국가정보원과 만신창이 검찰만 거론해도 충분하다.
넘쳐나는 공모자들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분명한 답은 있다. 죄가 무겁고 반성도 없는 이들은 단호하게 형사 처벌하거나 징계해야 한다. 동시에 이들에게 억눌리거나 밀려난 양심적이고 능력 있으며 숫자도 더 많은 이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면 조직마다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권부터 양산된 YTN 등의 해직 언론인들이나 문체부에서 일하면서 수난을 겪거나 남모를 고통을 당한 숱한 공무원들이 좋은 본보기이다. 법과 제도를 좀 더 손질함으로써 개선될 것도 많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
(경향신문, 2017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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