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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수] 천사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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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7-12 17:46 조회31,0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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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싱글몰트 위스키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나 자신 술에 특별한 취향을 가진 적이 없는 편인데도, 최근 몇 년 사이 공항 면세점에서 챙기게 되는 게 싱글몰트다.


가족 중 누가 외국 여행을 간다고 하면, 몇몇 라벨을 적어서 두세 차례 다짐을 주기도 한다. 간절히 바라면 하늘도 감응한다고 했나. 하늘에서 뚝 싱글몰트 위스키가 떨어지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싱글몰트 세계에 입문한 친구와 선배가 있어서 다들 이런 식으로 모으면 연중 아쉬운 대로 틈틈이 맛을 볼 정도는 된다. 뭐가 그리 좋으냐고? 숙성 과정에 스코틀랜드의 자연이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풍미, 이탄 향의 강렬함 운운… 해봤자 대개는 딴 곳을 쳐다보고 있기 일쑤다. 어쨌든 스페이사이드 강변이나 아일레이 섬의 풍광 속에서 그 지역 싱글몰트를 두루 맛보는 여행은(가능할까?)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싱글몰트를 알리는 데 한몫한 영화가 켄 로치 감독의 ‘에인절스 셰어’(2013)일 것이다. 묵직한 사회적 의제를 투박할 정도의 정공법으로 화면에 담아온 켄 로치 감독의 이력에서는 조금 예외이다 싶게 이 영화는 얼마간 가볍고 동화적이고 유머러스하다. 물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스코틀랜드 하층 젊은이들의 현실은 암담하다. 대물림되는 가난, 실업과 범죄의 악순환은 이들에게서 내일을 앗아가버렸다. 사회의 조력은 멀고, 세상의 시스템은 점점 더 이들 ‘루저들’을 버리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 켄 로치 감독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천사의 몫’에서 이들에게 줄 희망의 몫을 구한다. ‘에인절스 셰어’는 캐스크 안의 숙성 과정에서 증발하는 이삼 퍼센트의 위스키를 일컫는다. 불가피한 손실을 천사의 몫으로 돌린 농담의 담대함이 그럴법하면서 애틋하다. 하긴 천사야말로 이 귀한 술을 마셔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의 숱한 슬픔과 비참을 건사하자면 말이다. 그러니 그 농담은 기도이자 기원이기도 했을 테다. 켄 로치 감독은 법원의 사회봉사 명령을 수행하는 4인조 루저 패거리에게 싱글몰트 경매에 나온 엄청난 고가의 위스키를 ‘아주 조금’ 훔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끝내 그의 영화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할리우드식 해피엔딩까지 선사한다. 이제 차까지 마련한 주인공 로비는 아내와 아이를 키우며 얼마간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훔쳐낸 그 소량의 위스키가 바로 ‘천사의 몫’이라고(어차피 그 정도는 증발할 것이라는 의미에서도 그렇지만, 사실 버림받은 ‘루저들’이야말로 천사가 깃들 자리라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우기는 감독의 유머는 따뜻하다. 아니, 그래서 더 아프다.(후략)


정홍수 문학평론가

(한국일보, 2016년 7월 7일)


기사 전문 http://www.hankookilbo.com/v/e39569a6cfda4e5aa1d621b098e5c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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