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수] ‘자연인’을 보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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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2-12 21:15 조회33,03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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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들어보면 거기 사는 분들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적극적으로 ‘자연’을 선택한 것 같지는 않다. 사업의 실패나 직장 문제 등 경제적 이유가 많고 그 와중에 겪게 마련인 인간관계의 환멸 같은 것도 말의 행간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개 이혼을 했거나 가족과는 떨어져 있다. 산속에서 혼자 사는 자유로움이나 맑은 공기와 물 등 이런저런 자연의 혜택을 말할 때보다 리포터의 질문에 마지못해 답하는 “외롭지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한눈에 봐도 불편한 것 투성이고 누추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생활이다. 잘 적응한 분들도 있고 약초나 버섯 등속이 적으나마 생활의 밑천이 되는 경우도 있는 듯하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경제 문제는 계속 따라붙을 테다. 제작진과 리포터를 떠나 보낼 때 그이들이 애써 담담하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프로그램이 정작 그 당사자들에게는 너무 잔혹한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귀농이나 귀촌이 적극적인 삶의 선택 방식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선배 한 분은 그렇게 생활의 터전을 바꾼 지 이십 년 가까이 되어간다. 어려움이야 오죽 했을까만, 아이들도 잘 크고 잘 정착한 경우일 테다. 그 선배는 자신의 선택에 아무런 말도 덧붙이려 하지 않았지만, 잃어버린 삶의 가치에 대한 일군의 세대적 지향이 하나의 대안적 흐름으로 존재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설계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고학력 엘리트 귀농’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말도 어디선가 본 듯하다. 이들은 아마도 운 좋게 능력껏 탈출하는 경우일 테다. 그거야 어쨌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한국 사회에서 배제와 탈락의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이들이 있을까. 진입조차 쉽지 않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의 열기는 비단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분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비책을 근사한 도상의 언어로 떠들기 이전에 지금 이 공동체가 함께 갈 수 있는지부터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것 아닐까. (후략)
정홍수 문학평론가
(한국일보, 2017년 2월 9일)
기사 전문 http://www.hankookilbo.com/v/582fa0d86ce940d7bf9f6f184addd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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