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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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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2-21 13:11 조회34,7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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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적 사회운동은 다양한 투쟁 레퍼토리를 가진다. 예컨대 사람들은 집회를 할 수도 있고,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질 수도 있고,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할 수도 있으며,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할 수도 있다. 이런 투쟁은 그것을 통제하려는 시도와 상호작용한다. 예컨대 경찰은 촛불집회에 대해 차벽이라는 대응 양식을 개발했다. 그리고 차벽에 화가 난 사람들은 밧줄로 차를 끌어내려 했으며, 경찰은 그런 이들에게 물대포를 쏘았다.


2016년 촛불집회는 자제심을 발휘해 차벽을 ‘존중’해주는 쪽으로 나아갔다. 백만 이상의 사람들 앞에서 쳐진 차벽은 사실 수수깡이나 다름없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무너뜨리는 대신 예쁜 꽃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더 나아가 의경들을 위해 그 스티커를 다시 떼어내는 친절을 베풀고 의경의 헬멧에 꽃을 꽂아주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경찰을 적대적 상대에서 우애의 영역으로 데려오는 헤게모니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의 양상은 그렇지 않았다. 집회 참여자는 많았지만 압도적이지 않았고, 권력의 중심은 지금처럼 내부로부터 붕괴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정권에 대한 경찰의 복종 태세는 아주 완강했고, 지금 “그녀를 만나기 100미터 전”을 허용하는 법원이 그때는 집회의 자유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집시법은 동일한데, 지난해 거리의 외침은 집시법 위반이고 일부 과격분자들의 책동이었지만, 지금 거리를 채우는 대중의 함성은 주권적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 때, 사람들은 밧줄로 경찰차를 묶어 잡아당기긴 했다. 하지만 그날 가까이 본 내 소감으로는, 밧줄은 차벽이 주는 암담한 감정에 화가 난 사람들이 벌인 항의의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경찰 버스는 밧줄에 흔들거리긴 했지만, 이중 삼중으로 엮여 있어서 넘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거칠긴 해도 뭐랄까, 경찰과 줄다리기하는 분위기가 물씬했다.


그래도 그것은 지금과 달리 폭력 시위라고 한다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식의 논법에 대해 이렇게 묻고 싶다. 도대체 광화문에 170만이 넘게 모여 집회를 해도 부상자 한 명 연행자 한 명 없었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 경찰의 압박 없이 자유롭게 의지를 표명할 수 있으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지 않는가?(후략)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한겨레, 2016년 12월 14일)


기사 전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74650.html#csidxb7611fb9363a703a0080049b1fc30f8 onebyone.gif?action_id=b7611fb9363a703a0080049b1fc30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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