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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한반도 평화’는 성장·복지의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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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4-27 19:42 조회30,9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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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의제 선점 능력이 탁월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본능과 신념에서 비롯된 이 정치 행태를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집권여당이 뒷받침했다. 통일대박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거쳐 노동개혁에 이르는 길에서 볼 수 있듯이, 적과 동지를 가르는 이분법의 정치에서 박근혜 정부의 실력은 여실히 발휘됐다. 의제 선점만큼이나 국면전환을 위한 의제 변경에서도 그 실력은 출중했다.


그러나 국가의 일보다는 정치적 지지의 확보를 그 목적으로 했던 박근혜 정부의 정치는, 4·13 총선이 낳은 여소야대로 치명상을 입었다. 정책적 실천이 결여된 감성자극적 말의 놀이가 생산한,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다.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의 주체가 불일치하는 분점정부의 효과는, 다수가 된 야당의 의제 설정 능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당들이 마치 보수세력처럼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수익성의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먼저 의제화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첫 분점정부를 탄생시킨 1988년 4·26 총선 이후 ‘3김’의 ‘혁명평의회’(1989년 2월21일 경향신문의 기사에 등장한 용어)가 전두환 정권의 심판을 의제화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입법권력을 장악한 야당이, 정파적 다툼의 증폭으로 정책적 실천이 난국에 직면하는 것보다,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여야협력을 선호한 결과다. 소수여당의 대응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의 연계, 그리고 여야와 정부가 만나는 협의체 구성이다.


분점정부의 정치문법이 ‘적절히’ 작동하면, 여야의 협력을 통해 정치지형이 중도로 수렴하게 된다. 여야협력은 서로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상호조정을 의미한다. 분점정부의 긍정적 효과가 말의 상찬을 넘어서려면, 의제의 교환이 산출하는 상승효과가 있어야 한다. 여야협력은 기업 구조조정과 복지의 확대를 연계하는 전략을 실현가능하게 한다.


반면, 기업의 구조조정만큼 긴급한 과제이고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문제임에도, 야당이 침묵하는 의제가 있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다.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은 대통령 선거와 달리 총선의 쟁점이 아니다. 총선에서도 관행처럼 북풍의 동원이 있었지만 여당에 유리한 선거결과를 만들지는 못했다. 두 야당이 안보쟁점에서도 중도로 이동한 것이 북풍을 무력화한 요인이었을 수 있다. 북한이 핵능력을 급속히 증강하고 있는 국면에서 야당의 침묵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제재를 포함한 강압정책에 대한 동의로 읽힐 수 있다. 야당이 과거의 햇볕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핵을 가진 북한을 교류협력이란 장거리 경주를 통해 비핵화로 유도하는 길은 국내정치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야당은, 강압정책의 목적이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비핵화에 있는 것이라 한다면,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가지고 박근혜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 2270은 대북제재의 목적을, 49항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의 촉진”과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감”으로, 50항에 “6자회담의 재개”,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미국과 북한의 상호 주권존중과 평화적 공존”의 내용을 담은 “9·19공동성명 지지”로 명기하고 있다.(후략)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경향신문, 2016년 4월 24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24210602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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