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새 대학 구조개혁법, 여전히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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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6-24 17:51 조회30,08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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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국회에서 무산된 대학 구조개혁법을 위해 여론몰이에 나섰다. 6월 들어 세 번의 순회 토론회를 연거푸 열었고, 이영 교육부 차관과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입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은 유성엽 의원(국민의당)은 무조건 반대가 능사는 아니라고 밝혔고, 지난 21일 이영 차관이 예고한 대로 김선동 의원(새누리당)의 대표발의로 법안이 제출됐다. 집권당이 세 번째로 낸 법안이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으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이영 차관은 6월9일자 한 신문 칼럼에서 1997년 IMF 위기 때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처럼 “저출산 파고로 말미암은 대학 생태계 위기 극복을 위해 최소한의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장에 맡겨야 할 대학 문제이지만 비상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정부가 개입한다는 발언은 시장주의자라는 평판에 어울린다.
여기서 상식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과연 교육부는 이제까지 대학 문제를 시장 원리에 따라 충실하게 풀어왔는가? 만약 교육부가 고등교육을 일관되게 시장 기능에 맡겨 왔고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예외적 상황이라서 인위적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면, 구조개혁법은 꽤 설득력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교육부는 시장 논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남발해왔다.
교육부는 이미 학령인구 감소가 예측됐던 1990년대 중반에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앞세워 대학의 난립을 부추긴 장본인이다. 조만간 대학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이 분명한데도 고등교육의 거품을 조장하며 시장 원리를 무시했다. 왜 교육부는 곧 한계에 닥칠 사업의 몸집을 마구 불렸을까? 대학으로서는 연구·교육의 질을 높이는 힘든 길을 외면하고 벌이는 등록금 장사가 짭짤했고, 판을 키운 교육관료는 영향력 확대와 퇴임 후를 대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다는 점을 쉽게 지적할 수 있다. ‘사학 소유주’와 ‘교육 마피아’가 사익을 알뜰히 챙기는 거품 잔치 속에 크나큰 사회적 낭비와 부실이 빚어졌다. (후략)
대학을 시장에 맡기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시장주의자도 고등교육기관의 설립·운영을 아무런 통제 장치 없이 방임하자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도록 관리·감독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상지대, 수원대 등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비리사학에 대한 당국의 감독은 부실했고 처벌은 솜방망이였으며, 교육관료와 비리사학의 유착은 나날이 끈끈해졌다. 대학을 교육이라는 상품의 판매자, 학생을 소비자로 보는 시장주의에 비춰보더라도, 많은 사학이 불량 상품을 팔아 시장 질서를 교란했지만 교육부는 공정거래위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 탓에 시장은 제 기능을 잃었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 영문학
(경향신문, 2016년 6월 23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23212900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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