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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무책임한 서울대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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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1-02 15:28 조회29,7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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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4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대 개교 기념식에서 학생들이 학교가 추진하는 시흥 캠퍼스 철회를 요구하며 단상을 점거했다. 서울대 개교 70주년이라는 뜻깊은 경사를 맞아 베이징대학 총장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국제적 망신이었다. 이미 나흘 전인 10월10일 학생들은 2000명 가까이 모인 비상 학생총회를 열어 시흥 캠퍼스 백지화를 위해 뜻을 모은 후 지금까지 11일째 본부 건물을 점거 농성 중이다. 이 떠들썩한 사태에 가려진 사실이 하나 있다. 기념식 단상에 놓인 의자 중 두 개는 끝까지 주인 없이 비어 있었다.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과 교수협의회 회장이 참석을 거부했던 것이다. 2000명이 넘는 교수들의 대표인 두 사람은 왜 불참했을까?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는 폐쇄적인 학교 운영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 당장의 쟁점은 법인화로 설치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이사 선임제도 개선이었다. 이사회는 이사후보초빙위원회(이하 ‘초빙위’)에서 올린 3배수의 후보를 놓고 표결로 신임 이사를 뽑는다. 정관 제5조 3항은 초빙위를 “이사장을 포함한 5명 이내의 이사(그중 2분의 1 이상은 외부인사로 한다)와 2명 이내의 이사가 아닌 내부인사”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달리 말해, 초빙위는 기존 이사진과 교수대표가 5 대 2로 극히 불균형하다. 위원장 또한 이사장이 당연직으로 맡기 때문에 기존 이사진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원하는 인물로 신임 이사들을 채울 수 있다. 이처럼 심각한 허점의 해결을 위해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가 공동으로 요청한 정관 개정을 이사회는 끝내 거부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사회는 총장과 부총장 2인이 당연직 내부이사,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차관이 당연직 외부이사이며, 총 15인 중 과반수를 외부이사로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부 구성원끼리 대학을 멋대로 운영하는 폐해를 막자는 취지일 것이다. 이사회 구성 방식의 타당성은 별도로 따지더라도, 과연 이사회는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을까? 


지난해 10월에 구성된 초빙위는 임기가 끝나는 외부이사 2인, 내부이사 1인에 대해 3배수의 후보를 확정하여 12월9일의 제6차 이사회에 올렸다. 그런데 이사회가 최종 선임한 외부이사 중 1인이 끝내 고사하는 일이 생겼다. 이사회는 12월18일에 다시 회의를 열었지만 엉뚱하게도 모 서울대 명예교수를 외부이사로 선임했다. 


부총장까지 지낸 위의 명예교수는 명백히 내부인사이다. 따라서 법과 정관의 정신에 따라 외부이사로 선임하지 말았어야 옳다. 법인화 당시에 교육부는 명예교수가 외부이사가 되려면 명예교수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통해 내부인사가 함부로 외부이사를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실상은 내부인사를 외부이사로 뽑더라도 이사 임기만 만료되면 명예교수직 회복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초빙위에 교수대표로 출석한 나는 외부이사에 내부인사를 추천하는 발언이 오가는 중에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쓴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사회는 이사 선임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초빙위를 재소집하지 않았고 초빙위의 교수대표들에게 전후 사정을 통보하지도 않았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위의 명예교수를 외부이사로 선임한 회의는 제6차 이사회의 속개 회의로 간주하여 ‘(속개)의사록’을 제6차 이사회 의사록 뒤에 합본해 두었다. 회의 시간은 오후 6시30분부터 딱 10분이었다. 


서울대 법인 운영체제의 정점인 이사회의 자의적 행보가 도를 넘었다. 교수와 학내 구성원은 정당한 참여의 권리를 크게 제약당하고 있지만, 공공성을 지키는 투명한 외부 통제가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시흥 캠퍼스 등 주요 현안이 해결의 가닥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후략)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6년 10월 20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20202802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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