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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이 다케시] 더 많은 광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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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1-10 16:26 조회33,1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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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어떤 ‘선물’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온 벌과금 납부 명령서다. 두 달 전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막상 받아보니 당시 생각이 많이 난다.


2014년 5월17일과 18일, 이 이틀 사이에 세월호 희생자 추모 등을 내건 시위 참가자들 가운데 200명이 넘는 이들이 연행되었다. 박근혜 정권 아래 최대 규모였던 이 탄압 속에 나도 있었고, 모두 사법처리 하겠다는 경찰의 언명대로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었다. 이명박 정권 이후 벌금형이 강력한 무기로 사용되어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그래서 집시법 위반이 아니라 벌금액을 높이 책정할 수 있는 일반교통방해죄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당시 같이 기소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부부가 같이 기소됐는데 각각 500만원씩 나왔다는 등 그때 탄압은 극심했다.


이미 해산된 사람들을 포위해서 잡아간 경찰도, 상습적으로 고액 벌금을 구형하는 검찰도 정권 수호를 위해 일했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동안 나오는 ‘박근혜 부역자’에 대한 논의에서는 이런 ‘사소한’ 문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고위급 원흉을 척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들은 결코 그런 고위 간부들이 아니다. 나를 검거한 경찰관, 나를 취조한 형사, 나를 기소한 검사 등 개별적으로 보면 대단한 힘을 갖지도 않은, 말단에 있는 이들이 나를 억압한다. 그런데도 우두머리만 바꾸면 된다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까닭은, 말단에 있는 이들을 명령에 따라 묵묵히 일하는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된다는 ‘결론’이 자꾸 제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자신이 일상 속에서 겪게 되는 사소한 억압들을 못 보게 하며, 결국 저항의 단서를 놓치게 만든다.


최근 몇 달 동안 우리가 경험하게 된 어떤 괴리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말마다 펼쳐지는 축제의 시간과 월요일이면 꼭 돌아오는 일상의 시간. 큰 소리로 독재자를 비판하며 대로 한가운데를 활보하는 광장과 여전히 상사나 교사의 눈치를 살피며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할 직장, 학교 등을 우리는 큰 무리 없이 드나들고 있다. 너무나 ‘평화적인’ 촛불집회 모습은 어떻게 보면 이 집회가 일상의 질서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태도 표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파업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착한 시위’는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기는 쉽지만 그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평화롭게 세상이 변하는 것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무엇이 ‘평화’인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지 못하는 한, 그 평화는 주어진 질서의 별명일 뿐이다. 집회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을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불쌍한 이들로 보려는 ‘이해심’에는 일상 속에서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각자의 위치를 고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새로운 사회는 생겨나지 않는다.(후략)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한겨레, 2017년 1월 1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76886.html#csidxe50938c31e2ed31a3d672878aae6dad onebyone.gif?action_id=e50938c31e2ed31a3d672878aae6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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