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이제 평화를 만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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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4-05-08 12:35 조회1,71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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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있었던 북한의 포격에 대해 모 방송국과 전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항행경보를 근거로 9·19 군사합의를 통해 설정한 해상 완충구역 내에서 우리 군의 실제 사격이 이뤄졌다면 북한이 이를 명분으로 사격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중요한 건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한다며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 불편함을 넘어 평화를 빼앗아버린 거라고 했다. 같은 내용으로 국민일보에 ‘한반도 위기경보’(1월 15일자)라는 칼럼까지 게재했다.
나중에 이 발언으로 해당 프로그램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당 내용이 선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한 심의위원은 국방부 답변을 근거로 1월 3일 한국군이 사격훈련을 한 건 맞지만 9·19 군사합의에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군사 분야 합의 1조 2항에는 분명히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게 돼 있다. 심의위원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우리 군이 스스로 사격훈련이 있었음을 확인해준 것이고, 군사합의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중잣대이자 궤변이다.
지난달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는 179개국 중 47위였다. 2022년 보고서에 17위였던 것이 지난해 28위에 이어 47위까지 곤두박질쳤다. 보고서는 한국을 민주주의 하락세가 뚜렷한, 독재화(Autocratization)가 진행 중인 42개 국가 중 하나로 봤다. 현 정부 들어 전 정부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강압적 조치와 공권력 동원,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같은 성평등 공격 등을 지수 하락 요인으로 평가했다. 지수값으로만 보면 10년 전 박근혜정부를 넘어 30년 전 김영삼 대통령 시기보다 낮은 점수다.
반대로 순위가 오른 것도 있다. 세계 군사력 순위다. 지난 1월 미국의 군사력 조사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6위에서 한 계단 올라 5위였다. 북한은 지난해 34위에서 2계단 떨어져 36위였다. 이번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의 결과이고 나름 성과라며 자신감에 넘쳐 위기관리 없이 ‘즉·강·끝 원칙’에 따라 초토화하겠다는 힘자랑만 하고 있다.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더 커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핀과 완충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군사력 5위 국가의 국민이 느끼는 일상에서의 평화와 삶의 편안함이 세계 5위일지, 아니면 47위일지 궁금하다.
한 국책연구원 홈페이지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돼 있다. 과거로 뒷걸음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가 평화와 통일을 삼켜버린 모습이다. 한쪽만 쳐다보는 안보실과 국방부를 보고 있으면 날카로운 이빨이 선명한 군사력으로 민주주의마저 삼키려는 형국이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평화 상실이라는 현실에 현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국회와 시민사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가 끝났다. 새로운 국민의 대표를 선출했다. 유례없는 선거 결과라고들 한다. 평화 상실과 민주주의 퇴행의 마땅한 결과다. 그렇다고 바로 우리 삶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쩌면 더 불편하고 힘든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군사안보)
나중에 이 발언으로 해당 프로그램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당 내용이 선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한 심의위원은 국방부 답변을 근거로 1월 3일 한국군이 사격훈련을 한 건 맞지만 9·19 군사합의에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군사 분야 합의 1조 2항에는 분명히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게 돼 있다. 심의위원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우리 군이 스스로 사격훈련이 있었음을 확인해준 것이고, 군사합의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중잣대이자 궤변이다.
지난달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는 179개국 중 47위였다. 2022년 보고서에 17위였던 것이 지난해 28위에 이어 47위까지 곤두박질쳤다. 보고서는 한국을 민주주의 하락세가 뚜렷한, 독재화(Autocratization)가 진행 중인 42개 국가 중 하나로 봤다. 현 정부 들어 전 정부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강압적 조치와 공권력 동원,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같은 성평등 공격 등을 지수 하락 요인으로 평가했다. 지수값으로만 보면 10년 전 박근혜정부를 넘어 30년 전 김영삼 대통령 시기보다 낮은 점수다.
반대로 순위가 오른 것도 있다. 세계 군사력 순위다. 지난 1월 미국의 군사력 조사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6위에서 한 계단 올라 5위였다. 북한은 지난해 34위에서 2계단 떨어져 36위였다. 이번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의 결과이고 나름 성과라며 자신감에 넘쳐 위기관리 없이 ‘즉·강·끝 원칙’에 따라 초토화하겠다는 힘자랑만 하고 있다.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더 커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핀과 완충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군사력 5위 국가의 국민이 느끼는 일상에서의 평화와 삶의 편안함이 세계 5위일지, 아니면 47위일지 궁금하다.
한 국책연구원 홈페이지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돼 있다. 과거로 뒷걸음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가 평화와 통일을 삼켜버린 모습이다. 한쪽만 쳐다보는 안보실과 국방부를 보고 있으면 날카로운 이빨이 선명한 군사력으로 민주주의마저 삼키려는 형국이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평화 상실이라는 현실에 현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국회와 시민사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가 끝났다. 새로운 국민의 대표를 선출했다. 유례없는 선거 결과라고들 한다. 평화 상실과 민주주의 퇴행의 마땅한 결과다. 그렇다고 바로 우리 삶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쩌면 더 불편하고 힘든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군사안보)
국민일보 2024년 4월 15일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3074570&code=11171395&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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