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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경] ‘반려동물산업’ 반려와 산업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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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7-27 17:10 조회32,2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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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정권이라는 논란이 가득한 가운데 최근 정부는 반려동물 분야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반려동물 생산업을 신고제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반려동물 경매장을 양성화하고 온라인 판매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계획의 주요 골자이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과 관련된 여러 규제와 제도를 만들어서 생산자들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한다면,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동시에 ‘알파고 시대’에도 끄떡없을 미래의 유망할 직업인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업종들을 진흥시킬 수 있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동물을 반려로서 인정하고 인간의 학대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와 산업으로서 육성하고 다양한 방식의 판매를 쉽게 한다는 실행 사이의 괴리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이해하는 것과 요즘 잘 팔리는 상품으로 보는 시선 사이에는 쉽게 넘기 어려운 벽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이후 동물보호단체들을 비롯하여 동물의 복지에 관심을 가진 여러 시민이 잇달아 반려동물 관련 산업육성계획 비판에 나선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들은 이미 살아 있는 동물들을 너무 손쉽게 팔고 내키는 대로 살 수 있어 문제인 마당에, 이제 온라인 판매까지 가능해진다면 쉽게 구매한 동물들을 쉽게 유기하고 맘에 들지 않는다며 학대하는 행위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상품’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거나 관련된 서비스를 늘리는 산업육성방안은 일명 강아지 공장을 비롯하여 최근 문제가 되는 우리사회 동물 학대에 대한 해결책이 절대 아니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동물 학대로 이어질 것이 뻔히 예측되는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과연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산업으로서 육성한다는 방안에 대해 얼마나 사회적 저항이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반려동물 테마파크 설립계획을 앞다투어 내놓는 것을 비롯해서 반려동물 산업이 한바탕 유행이 될 조짐이 보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산업이라는 말에 유독 쉽게 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에 대해서는 여전히 돈보다 생명이라는 국민 정서가 강하지만 차세대 미래성장 동력으로서 의료산업을 육성하자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여론이 많은 데서도 볼 수 있다. 교육이나 노동, 의료와 같이 그저 상품으로 취급되어서는 곤란한 것들이 상품화되면서 벌어지는 그 결과에는 분노하지만, 바로 그 상품화를 촉진하는 정부의 산업육성정책에는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로 찬성하면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동물의 경우는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한 면이 분명 있다. 사람도 사람 취급을 못 받는 세상에서 개나 고양이가 과분한 호사를 누린다며 마음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개의 경우 누구에게는 반려동물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장에서 팔리는 다른 먹거리들과 차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사실 인간 사회 자체가 불평등한 상황에서 인간과 동물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지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마다 가치관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도시라는 인공의 공간에서 함께 살고자 한다면 함께 살아가기라는 과제의 해결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어떤 동물들은 아무리 반려인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고 해도 도시의 아파트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야 하는 그 자체가 힘겨워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후략)



백영경 방송통신대학교 교수

(한국일보, 2016년 7월 21일)


기사 전문 http://www.hankookilbo.com/v/2350e7a0f60d42bca88b5f4fd4f144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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