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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러브록과 히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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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7-12 17:54 조회31,7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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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 운동가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견해는 완전한 긍정에서 완전한 부정에 이르기까지 폭이 매우 넓다. 완전한 긍정의 대표 격은 영국의 녹색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다. 그는 인류문명을 멸망시킬 국면에 도달한 기후변화를 막는 길은 원자력발전소를 수천개 건설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 완전한 부정의 대표 격이라 할 만한 사람은 일본의 반원전 저술가 히로세 다카시다. 그는 기후변화론이 원자력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두 사람 모두 인류의 미래를 깊게 걱정한다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한 사람은 원자력을 구세주로, 또 한 사람은 원자력을 최대의 악으로 본다는 면에서 정반대지만 공통점은 또 있다. 오직 한 가지 사안에 붙들려 있다는 것이다. 러브록은 기후변화를 막는 것만이 최선이고, 히로세에게는 원자력발전을 없애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그러므로 러브록에게는 원자력발전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면 위험하더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고, 히로세에게는 기후변화론이 원자력발전의 부흥을 가져온다면 반드시 부정해야 할 것이 되는 것이다.


근대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자연현상에 대해 성찰적 접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대 이전에는 자연현상의 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떤 자연적 사건 앞에서 풍문이나 믿음에 쉽게 끌려갔다. 그러나 근대과학의 발달은 이러한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 성찰적인 거리두기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과학적인 원인규명이 가능한 사건들에 대해거리를 두고 다각적으로 탐구함으로써 대응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러브록이나 히로세의 예는 높은 수준에 도달한 과학자나 저술가도 성찰적 거리두기에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미세먼지 발생에 디젤차와 고등어구이도 한몫한다는 발표나 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최근의 대표적인 예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비슷한 예에 속한다.


미세먼지는 사실 발전소나 자동차 같은 근대적 성취의 부산물이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두려움도 근대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삶의 조건과 수명이 크게 향상되고 늘어났기 때문에 두려움도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방식도 근대가 가능하게 해준 성찰적인 것이어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자동차와 아파트 창문을 꼭꼭 닫아놓는 것이 좋은지, 그렇더라도 환기를 하며 지내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봐야 하고, 고등어를 구울 때만 미세먼지가 나오는지 다른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는 그렇지 않은지, 채소를 볶거나 튀길 때는 어떤지 따져봐야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도로에서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더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아파트 창문을 꼭꼭 닫아놓을 경우 실내 공기질이 미세먼지가 많은 외부공기와 비교해서 어떨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한국의 주택, 사무실, 학교의 공기질은 실내에 사용된 화학물질과 사람들이 숨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미세먼지가 많더라도 바깥공기로 환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는 것이다.(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6년 7월 6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06210202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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