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수] 온전히 받아 안을 수 없었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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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0-19 17:57 조회30,17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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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은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실제 항공 사고를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보며 뒤늦게 떠올리게 된 거지만 당시 뉴스로 접하며 내게도 얼마간 기억에 남아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고 당시의 정황이나 구조 과정 등 절박했던 시간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7년 전 사건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전해주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근심과 통찰은 깊이 마음을 흔들었다. 비행기가 뉴욕 고층 빌딩 숲에 부딪치며 추락하는(설리의 악몽) 오프닝 크레딧 화면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9ㆍ11 이후를 사는 미국인들을 향한 깊은 위무의 시선을 내장하고 있는 것 같다. 감독은 질주하는 세상의 시스템 아래에서 갈수록 왜소해지고 납작해지는, 더 자주는 서로에게 의심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 안에 그래도 여전히 소진되지 않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믿는 듯하며, 어쩌면 낡았을 그 믿음을 그날 허드슨 강의 사람들에게서 끌어내고 보여주는 방식으로 우리를 설득한다. 그 믿음은 흔들리고 회의하는 믿음이며, 성찰하고 완보하는 영화의 리듬에 실려 다시 우리를 흔든다. 영화는 그냥 하나의 전체로, 이음새를 의식할 수 없는(사고 순간으로 돌아가는 플래시백도 이 영화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현재와 하나다) 강물 같은 흐름으로 묵직하게 우리를 향해 밀고 들어오는데 그 감흥을 설명할 말을 나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단지 허드슨 강변을 헉헉대며 달리는 설리의 늙은 육신과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조종석의 손 등 어느 장면에서든 군더더기 없이 그 핵심에서 인간의 현존과 이야기를 느끼게 만드는 그의 화면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후략)
정홍수 문학평론가
(한국일보, 2016년 10월 6일)
기사 전문 http://www.hankookilbo.com/v/b41bd8ad048642e28569c9ae68476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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