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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기술 발달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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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0-19 18:03 조회29,6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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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안에 인간이 화성에 착륙하는 모습을 볼 것 같다. 다른 사람 아닌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이한 기업가다. 기업을 좀 크게 하는 사람들은 보통 돈을 불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자기 호기심을 채우거나 인류에 봉사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런데 머스크는 호기심을 채우고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 첫 번째인 것 같다. 사업은 이를 위한 도구처럼 보인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기업가들 중에서 머스크같이 특이한 인물은 없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에게는 호기심과 비전 충족보다는 사업 자체나 돈이 먼저인 것 같다.


호기심과 비전을 앞세우는 사업가는 대체로 성공하지 못한다. 거의 모두 돈만 까먹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머스크는 자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벌인 일마다 성공했다. 거대 자동차회사들이 코웃음칠 때 전기자동차 개발을 시작해서 성공했고, 그 전기를 깨끗한 태양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한 솔라시티는 미국 최대의 태양광업체로 성장했다. 승용차는 물론이고 트럭과 버스도 전기로 움직이게 만드는 일을 더 빠르게 성사시키기 위해 건설한 배터리 생산공장 기가팩토리도 순항하고 있다.


그가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사업을 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이 거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가 진정으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화성에 사람을 이주시킨다는 계획도 호기심뿐만 아니라 그런 걱정에서 나온 것 같다. 언젠가 전 지구적인 재앙이 닥쳐서 인류가 멸종될지 모를 때를 대비해 인류가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서도 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2002년에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우리 귀에 익은 테슬라보다 먼저 만든 것이다. 10여년밖에 안되었지만 이 회사도 크게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육상에 착륙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했고, 로켓과 함께 개발된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여러 차례 짐을 실어날랐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세계 유력언론은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계획을 진지하게 다루어주었다.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걱정은 해주었지만, 터무니없는 망상이라는 비판은 없었다. 머스크의 화성 계획과 세계 언론의 반응에 여러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과대망상에 가까운 꿈을 실현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한국에서는 이런 사람의 출현이 가능하겠는지, 세계의 비판적 지성들은 왜 아무 반응이 없는지, 지구에서 인류가 멸종하는 것보다 화성에 가서 생존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 등등.


인류가 화성 여행을 하고 식민지를 만드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 추세로 볼 때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것을 지구상의 많은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이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한다 해도, 이에 상관없이 언젠가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다른 기술들도 개발되고 현실에 적용될 것이다. 외부의 통제나 제어보다 기술의 자기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6년 10월 5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05204900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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