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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학문적 범죄자' 자진사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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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29 16:18 조회31,2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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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치열하고 건설적인 정책 경쟁은 온데간데없이 주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꼼수와 추태, 막말과 궤변이 춤춘다. 선거 결과는 예측 불허이고 이후의 정치 판도는 더욱 오리무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바람직한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 난국에 나까지 어지럽게 말을 보탤 일이 아니지만, 더민주의 비례대표 후보 1번 자리를 굳힌 박경미 홍익대 교수에 대한 사퇴 요구는 학교 선생이자 학자로서 의무라고 믿는다. 대학 안팎에서 반발하고 야당도 당론으로 반대해온 마구잡이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한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이력은 넘어가자. 정치적 상징성이 큰 비례대표 1번인 그는 지금까지 두 건의 제자 논문 표절 혐의가 불거졌다. 둘 다 2004년에 지도학생의 석사논문과 내용이 겹치는 학술논문을 해당 학생을 공저자로 올리지 않은 채 단독으로 출간한 혐의이다.


먼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나는 학자들의 표절에 대한 언론보도에 허점이 적지 않다고 본다. 가령 자기표절문제를 둘러싼 초보적인 몰이해도 남아 있고, 합당하고 엄정한 기준 정립을 위해 할 일이 아직 많다. 따라서 표절을 포함한 연구부정행위는 투명한 공론화와 검증 절차를 거쳐 어디까지나 해당 학계가 최종적으로 판정해야 한다. 당연히 박 교수의 표절 혐의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좀 더 차분하게 검증할 일이다.


그러나 박 교수의 국회의원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는 마당에 명명백백한 문제는 짚어야 한다. 첫째, 비례대표 후보가 된 직후 박 교수는 이미 논란이 된 표절 한 건에 대해 그 당시 소명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알쏭달쏭한 입장을 밝혔다. 납득할 수 없다. 문제가 된 논문이 철회나 무효처리되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셈이니 대강 덮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다는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분도 교수 출신!)의 발언도 같은 취지이다. 단언컨대 2004년 이후 시점에서 이런 학문적 범죄는 어느 학문 분야에서도 용납하지 않았다.


둘째, 박 교수는 제자를 공동저자로 올리지 않은 일을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설령 지도교수가 학생에게 논문 아이디어를 주고 남달리 자상하게 지도해서 교수의 기여가 매우 큰 경우라도 학생을 저자에서 빼고 논문을 낸 것은 명백히 연구부정이다. 이런 기본을 잊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비유컨대 고도근시라서 안경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교수가 안경을 잊은 채 차를 몰고 출근해서 수업도 하고 연구도 하다가 다시 어두운 밤길을 운전하여 무사히 귀가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소가 웃을 일이다.


셋째, 가장 치명적인 것은 관련 학생들의 빼앗긴 연구실적과 짓밟힌 인권에 대한 둔감함이다. 도제식 관계가 특징인 학문 사회에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이런 행동을 할 때 부당하다고 대들거나 뛰쳐나갈 수 있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 제자의 꿈을 훔쳐 이용한 잘못에 대해 진심에서 우러난 사죄는 어디로 갔나?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부정 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연구에 필요한 난자 제공을 강요당한 젊은 여성 연구원의 인권은 으뜸가는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했지만, 양심 있는 과학자들에게는 끔찍한 악몽이었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 영문학

(경향신문, 2016년 3월 24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24210144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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