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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다가온 인공지능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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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20 22:51 조회31,5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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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인간, 그것도 최고의 경지에 이른 인간이 기계에 졌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인간이 기계에 밀려나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한국의 컴퓨터공학자들은 거의 한결같이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기계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이유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 일자리를 빼앗기는 건 아닌지 아주 현실적인 걱정을 한다. 이에 대해서는 기계가 대단히 효율적으로 일을 해주기 때문에 인간이 하기 나름이라는 답이 나온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기계가 만들어낸 부를 골고루 나눌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의 질주에 대한 통제, 기본소득의 도입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체제의 수정이나 변혁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밖의 컴퓨터공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이 기계와 융합하거나 기계에 밀려나는 세상이 올 거라는 이야기가 꽤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인간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것은 아니다. 기계의 시대가 되면 인간은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 사라진다는 전망도 있지만, 인간과 기계가 융합하면 인간 능력이 슈퍼컴퓨터 수준 이상으로 향상되고 나노기술까지 가세하면 수명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세상이 온다든가, 인간이 기계에 밀려 사라지더라도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낳은 기계라는 후손을 통해서 계속 이어진다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국의 과학자들은 대부분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든가, 아직 멀었다고 하지만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추세를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인터넷이 퍼지기 시작한 건 20여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인터넷을 떠나서는 살아가기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물건들까지 인터넷에 연결되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세상이 됐다. 당시 이 추세에 대해 비판하고 경고하고 저항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들도 모두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붙들려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질주하는 기술을 막기는커녕 방향수정도 못하고 굴복한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기간에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3D 프린터, 드론, 고성능 로봇 같은 것들이 등장해서 세상을 흔들고 있다.

      

기술의 질주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던 20여년 전보다 훨씬 더 빨라졌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것 같다. 연구자들은 2050년경에 인간과 대등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나오고 이번 세기가 가기 전에 초지능이 나오리라고 예측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변하지 않는 전제로 놓는다. 자본주의가 혼란기에 접어들었고 망해간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이 전제가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자본은 인공지능의 개발에 사활을 걸고, 여기에서 생존의 돌파구를 찾아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런 예측 앞에서 자본주의의 수정이나 변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주장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후략)


이필렬 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부

(경향신문, 2016년 3월 16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16211416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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