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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드론 - 전지적 시점의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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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9-07 01:17 조회35,5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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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인 내가 `소설창작론` 수업을 맡게 되면 학생들에게 항상 내는 과제가 `시점 바꾸기`다. 중·고등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배웠을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니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니 `전지적 작가 시점`이니 하는 그 `시점` 말이다. `시점`은 `시야가 열리는 지점(point of view)`인데, 결국 시선의 주체가 서 있는 지점과 같다고 해서 `서 있는 지점(standing point)`이라고도 불린다. `1인칭 시점`이라면 `나`를 중심으로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본 내 시야일 것이고, `3인칭 시점`이라면 `그`가 서 있는 지점에서 열린 그의 시야일 것이다.

소설창작론 수업에서 시점 바꾸기는 내 중심 시야에서 그 중심 시야로, 그가 선 자리에서 본 전망에서 내 자리의 전망으로 바꿔보는 작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시점을 바꿔보면 동일한 소설도 전혀 다른 소설이 된다는 사실이다. 한 현장에서도 내가 봤던 풍경을 그는 전혀 못 볼 수 있으며, 그가 봤던 것과 내가 봤던 게 달라지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몇 년 후에 이 수업을 하게 되면 그 즈음에는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이 `사물`을 이용해서 과제를 제출해보려고 한다. `1인칭 주인공`도 못 보고 `3인칭 그`도 못 보는 시점을 확보하는 방법, 말 그대로 `전지적 시점`을 확보하는 방법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나`나 `그`나 `하나의 눈`으로 지상의 한 지점에 서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시야의 각도와 한계는 명확하다.

`드론(Drone)`은 인간 시야의 각도와 한계 범위를 비약적으로 넓힘으로써 `미디어`를 `인간 신체의 확장`이라고 정의한 마셜 매클루언의 규정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물이다. 작은 무인비행기에 달린 카메라는 간단한 개인 조작으로 실시간 동영상을 제공함으로써 `시점`의 의미를 `서 있는 지점`에서 `날고 있는 지점(flying point)`으로 바꾼다. 군사용으로 개발됐으나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곳에 활용돼 스마트폰처럼 일상품이 될 것이 확실한 이 진정한 21세기 사물의 본질은, 모든 곳에 도달함으로써 모든 걸 다 본다는 `전지적 시점`의 확보에 있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8월 28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829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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