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녹색 기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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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2-30 14:16 조회33,8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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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속 정당을 떠난 안철수 의원이 자기당을 향해 “우리는 왜 성장에 무관심한가”라는 물음을 던진 일이 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 그들의 핵심 경제공약은 경제민주화였지, 어떤 성장을 어떻게 이룩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최근에 야당에서 내놓은 ‘소득주도 성장론’도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성장과는 꽤 거리가 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성장은 반세기 전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돼 매년 1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거대기업들을 탄생시킨 그 성장이다.
그런데 그런 성장에 대한 야당의 무관심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크게 비난받을 만한 것도 아니다. 그 성장은 박정희 독재정권, 그리고 독재의 시혜를 한껏 누리며 커온 이병철, 정주영 등의 거대재벌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따라서 성장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들을 연상시키고, 결국 독재정권의 후신이며 거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여당에 표가 몰려가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성장에 무관심한가”라는 말만 가지고 추정하면 안철수 의원 역시 그런 낡은 성장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야당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그 낡은 것을 대치할 새로운 프레임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안철수 의원의 ‘성장에 무관심한 야당’이라는 비판이 정권교체 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 야당 만들기라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그런 성장에 관심을 갖다가는 정권교체를 영원히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문제는 어떤 성장 프레임을 가지고 어떻게 성장을 달성할 것인가인데, 야당의 관심과 공부가 여기에 집중되어야 정권교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열릴 수 있다. 당연히 이 성장 프레임은 야당에 표를 몰고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히든 챔피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한국형 히든 챔피언’ 기준이 생겼고, 수십개의 기업들이 선정되고 지원책이 나왔다. ‘히든 챔피언’이라는 개념이 독일에서 창안됐고, 전 세계 ‘히든 챔피언’의 절반이 독일에 있기 때문에, 독일이라는 국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한국의 ‘히든 챔피언’을 키우고 늘리는 것이 정권교체에 유리한 성장 프레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이들도 그저 수출 많이 하는 꽤 큰 기업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히든 챔피언’보다 규모는 작지만 새로운 성장 프레임에 맞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보통 기업과는 크게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생태적 경제, 지역중심 경제, 사회적 경제를 내걸고, 최저임금 도입, 노동자의 더 많은 경영참여, 노동시간의 유연한 배분 등을 요구한다. 녹색기업으로 총칭할 수 있는 이들 기업은 수십년 전에 설립되어 자리 잡은 것도 있지만, 지금도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 중 14%가량이 녹색기업에 속한다. 이 기업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대변해줄 만한 정당이다. 당연히 녹색당과 사민당이 이들과 가깝다.(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5년 12월 23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23205521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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