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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비례대표 확대 반대와 낙선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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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8-12 12:03 조회35,8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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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다. 국민들의 호응과 언론의 관심도 대단했다. 결과는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었다. 낙선 대상자 86명 중 59명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는 20명 중 단 한 명만 당선되었다. 시민단체들이 내걸었던 시민들의 선거혁명이 성취된 것 같았다. 낙천·낙선운동에서는 환경단체도 큰 역할을 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7명 중 3명이 환경단체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이 점을 뒷받침한다.

낙천·낙선운동은 정치권의 물갈이에 크게 기여했다. 보수주의를 기치로 내건 자민련이 몰락하고 6월 항쟁의 주역들이 대거 정치권에 진입했다. 젊은 정치 신인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들고 오겠구나 하는 기대도 생겨났다. 그러나 기대는 곧 물거품처럼 사그라지고 실망만 커져갔다. 그리고 지금 이들 중 상당수는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자로서 청산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망과 더불어 낙선운동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2004년 선거에서도 시민단체들은 총선연대를 결성해 낙선운동을 벌였지만 호응도 주목도 받지 못했다.

낙선운동이 처음에 큰 호응을 얻었던 주된 이유는 부패한 정치인을 몰아내자는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당수의 부패 정치인이 쫓겨나고 참신하다고 여겨지는 인물로 교체되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국회의원은 하는 일은 별로 없으면서 나랏돈은 크게 축내는 특권적 존재로 여겨지고 있고, 정치 혐오는 더 심해졌다. 바꾸어 보았는데도 달라지지 않았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제 낙선운동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선거법이라는 제약도 있지만 성과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성과가 없는 이유는 낙선운동이 정치의 틀은 그대로 두고 인물만 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두 거대 정당이 대부분의 지역구를 나누어 갖고, 다른 소수당의 지지표는 거의 모두 죽은 표가 되는 이 시스템에서 어떤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이런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고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꽤 호응을 얻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혁신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제도로 괜찮은 것이 독일식 정당명부제이다. 이 제도에서는 지역구 출마자가 비례대표로도 출마한다. 정당별 의석수는 지역구 당선자 수와 상관없이 정당 지지율과 거의 일치한다. 지지율과 의석수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수가 조금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면 작은 정당들도 국회에 진출하기가 쉬워진다. 자연히 사표가 줄어들고 소수 의견이 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 그리고 절대 다수당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와 타협의 문화가 정착되기 쉽다. 장점이 꽤 많은 이 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분당을 막기 위해서라거나 계파별 비례 나눠먹기를 막기 위해서라는 설득력이 전혀 없는 이유를 대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내세우면서까지 반대하는 데에는 어떤 저의가 숨어있는 것 같다. 정치개혁을 막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도가 감지되는 것이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5년 8월 6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06211548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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