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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경] 헬조선, 저출산, 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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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2-01 22:56 조회32,4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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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월 29일 한국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족을 대거 이민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며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야당에서는 곧바로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바라보는 천박한 인식의 발로이며, 중국동포에 대한 비하라며 비판을 가했고, 또 일각에서는 나라 망신이니 대표직 사퇴를 하라는 요구도 일었다.


같은 자리에서 언급된 김 대표의 ‘세 자녀 갖기 운동’에 대한 반응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선거 전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확정하려던 여당의 기획은 논란 속에 묻혀버렸다.


이렇게 비판 일색이니 새삼스레 김 대표의 발언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글 하나를 더 보탤 이유는 없을 지도 모른다. 사실 김 대표의 발언에는 부적절한 점이 한두 가지는 아니다. 말로는 저출산이 심각한 현실이라고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자녀를 셋 낳도록 하는 운동을 하자는 발언에서는 현재 한국의 노동과 육아 현실에 대한 인식 없음이 드러난다. 또 생김새가 같은 재중동포들을 이민으로 받으면 문화적 갈등 없이 노동력 부족의 현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데서 지난 “연탄 피부색” 발언에서 드러났던 인종주의적 발언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점은 저출산이 왜 문제이고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김 대표의 발언이나 거기에 대한 비판이 종종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를 단지 경제를 성장시키고 세수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력 확보의 문제로만 보는 것이 어디 김 대표만의 문제인가. 


야당은 김 대표를 비판하면서 여당에서 저출산 자체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이민을 언급한다며, 저출산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출산 자체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선뜻 동의하기 힘든 것은 저출산·고령화가 이미 정부가 희망하는 최대 출산율을 달성한다고 해도 다소 늦출 수 있을 뿐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사실 때문이다. 지구화된 시대에 이민 정책 역시 그 내용을 가지고 다툴 수는 있으나 그 자체로 비판거리는 아니다. 또한 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여성친화적인 정책 역시 국가 경쟁력과 경제성장의 위기라는 수사학에 기반을 둔 경우를 종종 보아 왔다.


실제로 현 시점에서 문제는 저출산 대책의 부재가 아니라 과잉이다. 저출산 대책의 딜레마는 거듭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재정 부처는 예산 확대에 회의적이게 된 반면, 우리가 그저 결혼해서 자식 낳고 일해서 세금 바치는 존재냐는 시민들의 반발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출산을 해결할 수단으로 취급 받는 것이 단지 ‘조선족’만은 아니라는 인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헬조선에 사는 우리가 바로 조선족”이라는 발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후략)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인류학

(한국일보, 2016년 1월 31일)


기사 전문 http://www.hankookilbo.com/v/2fa02f9bf192470da486c99ac63ca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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