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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라디오 -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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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2-04 15:09 조회33,7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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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최고였지/이제 넌 한물갔어/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어."(The Buggles, `Video killed the radio star` 1979)

이 노래는 1981년 음악 전문채널을 모토로 새로운 방송시대를 선언한 미국 케이블 채널 MTV의 개국방송 첫 노래로 채택됨으로써 더욱더 유명해졌다. 음악 소리에 시각 영상이 결합된 음악텔레비전 시대가 시작됐다. 많은 이들이 텔레비전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음악방송 전문매체로서 자기를 특화해 여전히 대단한 건재를 과시했던 라디오 시대가 곧 완벽한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1920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세계 최초의 정규 라디오방송국이 개국한 이래 라디오는 문명사의 전환이라고 불릴 만한 새로운 통신 미디어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영역의 다양한 개척과 확장을 통해 진화해왔고 독자성을 유지해왔다. 라디오는 `실시간` 뉴스를 들려주었으며, 대중음악의 심장부이자 발신지였고, 스포츠중계의 메카였다. 기업들에는 20세기 내내 가장 효과적인 광고 홍보의 루트였다.

이 사물은 도구의 발명이 인간 감각을 어떻게 전환시키는가 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모스, 페슨든, 헤르츠, 마르코니 등 전신·전파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들의 문명사적 협업을 통해 탄생한 이 사물은, 우리가 지금 쓰는 `실시간`이라는 말의 의미를 지각적 실감으로 전달한 최초의 매체다. 이 사물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달되는 소리와 벌어지는 사건을, 동시적으로 `함께` 듣는 일을 가능하게 한 최초의 `실시간` 대중매체다. 이것이 이 사물을 정치공동체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만들기도 했지만, 다양한 주파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특징으로 인해 취향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가능케 하는 개인주의 매체요, 해방구가 될 수도 있었다. 새벽의 해적방송, 팟캐스트의 자유로움은 텔레비전 매체는 흉내낼 수 없는 이 사물 고유의 것이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신문, 2015년 11월 27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1128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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