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사회 고령화’ 해결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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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2-12 19:18 조회32,08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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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노화연구자 톰 커크우드는 늙음이 숙명적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는 인간 수명은 앞으로도 10년마다 2년씩 늘어나고, 언젠가는 인류가 노화를 멈추는 데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죽음이 극복된 사회에 대해서도 상상한다. 이 사회의 주요 특징은 아이를 마음대로 낳지 못하고, 친밀한 관계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음이 극복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아이를 잘 낳으려 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게 제한이 가해진다. 자기 생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생명을 이어줄 후손이 필요없고, 사망 없이 출생만 늘어나면 인구증가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나이나 세대에 대한 관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결혼이나 연애에서 수십, 수백년의 나이 차이는 조금도 문제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의미없는 것이 되고, 파트너와의 관계가 수백년 동안 유지되는 경우도 없다.
현재의 인류사회는 죽음을 서서히 극복해가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평균수명은 80이 넘는다. 20년 후에는 거의 90에 달할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거의 반비례적으로 출산은 줄어들고 있다. 1970년경부터 2000년대 초까지 수명이 10년 증가할 때마다 출산율은 절반 정도씩 감소했다. 결혼 연령이 크게 늦추어졌고, 독신이 늘어났고, 이혼율도 크게 증가했다. 커크우드의 죽음이 극복된 사회의 특징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극복된 사회에서 볼 수 있듯이,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사회에서 이 추세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사람들은 추세를 바꾸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런저런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중국동포를 대거 받아들이자고 한다. 이에 대해 아이를 낳고 기르기가 너무 힘든 사회적 조건을 개선해야지 무슨 소리냐고 하는 비판도 핵심을 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0여년간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꽤 많은 정책을 내놓고 시행했다. 그러나 출산율은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죽음이 서서히 극복되어가는 사회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출산율을 높여서 고령화사회의 노동가능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틀린 방안이다. 죽음이 극복된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유행하는 100세 시대, 50이 인생의 절반이라는 말은 50세가 청년이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40대 말에서 50대 말까지의 인구는 20%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스스로 청년이라고 생각한다면, 20대 청년들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염려가 나오기 어렵다. 만일 출산율이 높아져서 청년이 늘어난다면, ‘나이 든 청년’과 ‘어린 청년’ 사이의 갈등만 커질 것이다.(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6년 2월 10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10211121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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