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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총장 잃은 국립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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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2-22 17:12 조회32,0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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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국공립대학의 총장 직선제를 허용한다. 법 제24조 3항에 따라 “1. 추천위원회에서의 선정 2.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 중에 선택하여 총장후보자를 정하며, 후자가 통상 말하는 직선제이다. 대통령은 그동안 대학이 뽑은 1순위 총장후보자를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곧바로 임용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재정 지원 등을 악용해 국공립대의 직선제 포기를 강제했고, 현 정부는 그것도 모자라 경북대·한국방송대·공주대·전주교대 등에서 간선제로 뽑은 총장후보자의 임용추천마저 사유도 없이 거부하고 있다. 공주대는 정부가 1, 2심 재판을 거푸 지고도 버티는가 하면, 순천대는 2순위 후보자가 임용되었고, 충남대는 아예 후보자 2인을 무순위로 올려야 했다. 부산대는 직선제를 지킨 끝에 총장임용이 막막한 상태에서 교수와 동문이 깎인 예산을 위해 모금에 나섰고, 해양대는 직선제를 놓고 정부와 대학 구성원 사이에 낀 총장이 스스로 교육부에 직무정지를 요청해 직무대행 체제가 되는 등 우리의 고등교육이 표류 중이다.


지난해 8월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목숨을 던진 후 국공립대의 직선제를 살리려는 싸움에 직면한 교육부는 12월에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정부는 대통령의 임용권을 앞세워 총장이 선출직 아닌 임용직이라고 강변한다.


교육공무원법의 직선제 허용이 헌법 제31조 4항(“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에 근거함을 까맣게 잊었다. 법률 개정 계획도 밝힘으로써 헌정 질서를 정부가 부정한다.


지난 2월1일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 입법예고로 현실화된 ‘보완 방안’은 낯선 신조어의 기발한 사용이 압권이다. 우선 총장 직선제를 느닷없이 ‘교원합의제’라는 신조어로 부른다. 법조문을 교묘히 왜곡해 직선제가 교수끼리 총장을 뽑는 제도라는 인상을 조장한다. 하지만 국립대학의 직원도 직선제하에서 선거에 참여해왔다. 민주화의 상징인 직선제를 깎아내리자니 신조어가 필요했겠지만, 정부의 한결같은 인식은 직선제가 교수끼리 해먹는 짓이다.


또 총장 간선제에 ‘대학구성원참여제’라는 묘한 명칭을 붙여 ‘교원합의제’보다 민주적 제도인 것처럼 호도하며, 현재 방식을 ‘정부주도 대학구성원참여제’, 새 방안을 ‘대학자율 대학구성원참여제’로 부른다. 명칭과 달리 새 방안도 정부의 자의적 간섭이 넘친다. 가령 총장추천위에 외부 인사를 ‘25% 이상’ 넣는 교육공무원임용령을 ‘10% 이상’으로 바꿔 학내 구성원 참여를 확대한다지만, 특정 구성원이 전체의 80%를 못 넘게 교원 70%, 직원과 학생 20%를 제시한다. 교수의 비중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누가 봐도 명백하다. 반면에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한다며 밀어붙였던 외부 인사(자격 요건 규정도 없었다)의 비율을 갑자기 크게 줄이는 정책 전환의 타당성은 설명하지 못한다.


함정은 또 많다. 교육공무원임용령은 총장추천위 규모를 “해당 대학이 정하는 바에 따라 10명 이상 50명 이하”로 규정한다. 국립대학은 외부 인사, 학생, 직원, 각 단과대학 교수가 고루 참여하도록 추천위를 대개 법정 상한선 50명으로 해왔다. 새 방안은 추천위를 대학 규모에 따라 10~20% 확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첨부자료에서 교육부가 위촉한 자문위원회는 추천위의 적정한 조정을 건의한다. 그런데 2주 앞서 나온 교육부 보도자료는 자문위의 해당 건의가 효율적 활동을 위해 추천위를 “현행보다 축소 조정”함을 친절하게 밑줄까지 사용해 강조한다. 정작 임용령 개정안에는 교육부 장관이 대학 규모를 고려하여 “100분의 20의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해두었다. 수상쩍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6년 2월 15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15201943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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