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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냉전의 재발명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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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09 14:58 조회31,7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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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은 한반도 냉전이 끝난 해로 기록될 수도 있었다. 북한은 1991년 1월 남과 북 지역정부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느슨한 연방제를 통일방안으로 제안했다. 1988년 10월 한국정부는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의제화했다. 1991년 9월 남북한은 두 국가로 유엔에 가입했다. 1991년 10월 한국과 미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에 합의했고, 북한은 12월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사찰을 수락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1991년 11월 한·미는 1976년부터 매년 진행되어 온 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결정했다. 12월 남북한은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북한이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설치계획을 발표한 시점도 1991년 12월이었다. 1992년 1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공식적으로 수용하자, 한·미는 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다시금 확인했고,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었다.


1990년대 전반 한반도 냉전은 열전(熱戰)의 문턱까지 갔다. 1990년 9월 남한은 소련과, 1992년 8월 중국과 수교했지만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수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배신과 고립과 포위는 북한의 단어였다. 북한에 대한 핵사찰이 진행되는 가운데, 1992년 9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훈령조작으로 합의가 결렬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다. 1992년 10월 한·미는 합동군사훈련 재개에 합의했다. 1993년 3월 한·미 합동군사훈련 시작에 맞추어 북한은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그리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1993년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핵확산금지조약 복귀와 핵사찰 수용을 내용으로 하는 대북 결의안을 채택했다. 1994년 3월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재개 발언이 나오자 북한은 서울 불바다로 대응했다. 미국은 탄도탄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의 한국 배치를 결정했다. 1994년 4월 북한은 정전협정의 무효화를 선언했고, 6월에는 전쟁위기까지 발생했다.


한반도 냉전의 재발명은 우리에게 재앙이다. 2016년의 위기는 1990년대 전반의 기억의 복사처럼 보인다. 북한의 핵능력이 증대된 상황에서 한반도 냉전의 해체에 저항했던 국제·국내 방정식의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준비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과 3월로 예정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하는 2월 북한 최고사령부의 중대성명에 등장한 전쟁 불사를 외치는 격한 말도 냉전 동요기의 반복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군사적 긴장의 증폭 속에서 남북한은 냉전적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즉 강압을 통해 서로의 정책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의 의도처럼 한반도 냉전의 원형의 복원 또는 신냉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1990년대 전반과 2016년 위기의 성격이 다르다.


첫째, 미국과 중국은 함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경제적 네트워크의 파괴를 감수할 정도의 정치군사적 갈등을 원하지 않고 있다. 과거 냉전과의 근본적 차이다. 즉 동북아 신냉전은 불가능하다. 2016년 2월 미국과 중국이 고강도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합의한 이유는,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비핵화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경제제재의 목적은 경제적 지렛대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다자적 경제제재의 역사는 북한의 경제위기를 추동했지만 핵능력 강화라는 정치군사적 역효과를 생산해 왔다. 미·중 합의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절단하는 계기가 될지는 중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후략)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정치학

(경향신문, 2016년 2월 28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28203820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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