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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참빗-차분하게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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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5-11 16:43 조회29,7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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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모다 있어라우, 찰옥수수 같은 잇속 드러내며 웃던/담바우 방물장수 아짐/대나무 참빗 달랑 하나 풀어놓고는/골방 아랫목 드르렁 고랑내 밤새 풀어놓으며/새비젓 무시너물 쩍국에 척척 식은 밥 한술 말아먹고/보리쌀 반되 챙겨서 싸묵싸묵 새벽길 떠나가던/염치도 바우 같은 담바우 방물장수 아짐"(유하, `참빗 하나의 시`)

여기저기 떠돌며 물건을 팔러 다니던 방물장수가 어딘가에서 하룻밤 기식해야 할 때 첫 번째로 꺼내놓는 것이 `참빗`이라는 사물이었다. 시에서는 `염치도 바우 같은(염치 없는)` 방물장수라고 했으나, 방물장수는 `참빗 달랑 하나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서양식으로 세상이 바뀌기 전에는 미용의 필수도구가 참빗이었기 때문이다. 동백기름을 쓰던 옛 여자들 머리단장에서는 빗살이 가늘고 촘촘한 참빗을 사용하면 기름이 머리칼 곳곳에 잘 스미기 때문에 이 용도로도 필수적인 사물이었다.

임진왜란 때 중국 사신이 조선 중신 류성룡에게 조선 백성이 `왜놈은 얼레빗, 되놈은 참빗`이라고 말한다며 그 뜻을 묻는 대화록이 있다. 왜군의 수탈이 심했지만 조선을 돕겠다고 들어온 명(明)나라 군대의 수탈이 참빗처럼 더 심했다는 정황을 암시하는 얘기다. 옛날에는 성격이 매우 꼼꼼하거나 끈덕진 근성을 지닌 사람을 일컬어 `평안도 참빗장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5월 8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44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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