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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등산 스틱- 감각을 바꾸는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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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5-26 16:59 조회29,9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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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과 사자 몸통과 새 날개와 뱀 모양 꼬리를 가진 괴물이 동네 어귀에 떡 버티고 서서 이런 퀴즈를 낸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해 질 무렵이면 세 발이 되는 존재가 뭐냐?` 최소한 3000년 정도는 된 이 오래된 퀴즈는 실은 꽤 까다롭고 철학적인 직관을 담고 있기에 당시 질문에 맞닥뜨린 행인들은 단 한 명을 빼고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정답은 `사람`이다. 걸음마를 하기 전에 아기는 네 발로 기고, 걸음마 이후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늙어서는 `지팡이`를 짚고 `세 발`로 다니게 되니까.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라 불리는 이 유명한 그리스신화는 `발`을 인간의 본질로 보고 이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철학적 퀴즈를 구성한다. 인류에게 신들 이야기를 전해준 최초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헤시오도스는 자기 책에서 `사람은 발을 가진 존재`라고 규정했다. 신들은 하늘에 살고, 인간은 땅에 `발`을 딛고 사니까.

그런데 이 신화에는 인간이 아주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것이 분명한 사물이 하나 등장한다. 스핑크스라는 괴물은 `지팡이`라는 사물을 인간의 `발`이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마치 20세기 거장 사회학자 마셜 맥루한이 `미디어(media)`를 인간 신체의 확장이라고 규정하듯이. 바퀴는 발의 확장이고, 안경과 망원경은 눈의 확장이며, 옷은 피부의 확장이고, 책은 머리의 확장이며, 신문과 텔레비전은 입과 눈과 머리의 동시적 확장이다.

그렇다면 스핑크스는 `지팡이`를 `발의 확장`으로서 아주 오래된 `미디어`라고 말하는 셈이 아닌가.

맥루한은 테크놀로지 변화에 따른 미디어 방식에 따라 신체 감각도 변화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발의 확장인 지팡이도 그렇지 않을까. 예컨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지팡이`는 전혀 다른 감각을 체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지 않았나.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5월 22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49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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