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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죽어도 바뀌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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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9-07 01:14 조회35,3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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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슬픈 일이 일어났다.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니 더 슬프고 안타깝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 ‘조금의 조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끊임없이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 후에는 조심을 누가 해야 했는가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진다. 잘못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지, 하청 또는 원청업체에 있는지 다투는 동안 사고는 기억에서 멀어지고, 다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조금도 바뀌는 게 없다. 지옥 같은 한국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물론 진단과 처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주를 주었기 때문, 2인1조라는 안전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 원청에서 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 노조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기 때문, 처음부터 부실공사였기 때문 등의 진단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안전관련 업무는 원청에서 맡아야 한다, 외주를 주어도 사고책임은 원청이 지도록 해야 한다,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등의 진단이 나온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서울시에서 근본적 변화를 꾀하려는 것 같은 움직임도 보인다.

그런데 개선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서울지하철에서는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누적적자가 수조원에 달한다. 스크린도어 정비업무를 외주로 넘긴 것은 크게 누적된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업무를 직접 서울지하철에서 맡게 되면 2인1조 규정을 지키게 될 것이고, 당연히 적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사고 감소를 위해 적자를 계속 더 늘리는 일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안전업무를 서울지하철에서 맡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은 서울지하철의 누적적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하철 적자문제의 해결은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것,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요금을 올리는 것,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것 등이 여기저기에서 제시되는 방안이다.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반발도 많다. 구조조정은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요금인상은 시민들이 반발한다. 세금지원은 무상급식 도입 때처럼 찬반 논란을 크게 유발할 것이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교수
(경향신문, 2015년 9월 2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902205147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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