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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일본은 왜 원전서 발 못 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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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3-23 18:52 조회28,6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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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났다. 사고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사고로 가장 크게 바뀐 나라는 독일이다. 6년만 있으면 독일에서는 원전이 모두 사라진다. 독일은 지금 새로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고로 독일이 바뀌었는데, 정작 사고를 당한 일본은 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독일은 과학기술을 회의적인 눈으로 보는 전통이 꽤 강하다. 이런 시각이 히틀러의 등장을 부추긴 이상한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독일의 활발한 환경운동, 원자력 반대운동, 대안운동의 사상적 토대로 작동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서양 과학기술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고 흡수하여 발전시키는 일에만 매진했지 파헤쳐보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다. 원자탄의 파괴적 위력을 체험했어도 피해만 강조했을 뿐 원자력 기술 자체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독일의 회의적, 비관적인 시각을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독일의 독특한 ‘불안증’이라고 부르지만, 그렇다고 독일 시민들이 과학기술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대안적인 기술을 만들어내는 ‘발명가 기질’이 그들의 또 다른 특징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대적인 반원전 운동이 벌어졌을 때 많은 젊은이들이 태양에너지 기술과 풍력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대항기술을 개발하고 보급을 시작한 것이 지금 원자력을 몰아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콘이라는 세계적인 풍력발전기 제작업체나 SMA라는 세계 최대의 태양광인버터 업체 모두 이때 대항적 시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시작한 기업들이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1990년대에 일본은 세계 태양에너지의 선두주자였지만, 그 기술은 샤프나 산요 같은 대기업의 독점물이었고 젊은이들은 그런 기업에 취직하는 정도 이상의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지금도 청년들의 기술혁신을 통한 대항적인 활동은 찾기 어렵다. 엉뚱하게 손정의라는 돈 많은 기업가가 대안기술과 반원전의 기수로 주목받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풀뿌리 민주주의 수준의 차이다. 후쿠시마 사고 전 그 지역 지사를 지낸 자민당 소속의 사토 에이사쿠는 원자력 찬성자였다. 그러나 자기 지역 원전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에너지정책의 전환을 주장하는 반대자로 돌아섰다. 후쿠시마 사고 전에 출판된 그의 책 내용에 따르면 이로 인해 미움을 산 그는 뇌물수수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지사직을 박탈당했다. 이렇게 지역 차원의 민주주의가 훼방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일본이다.
(후략)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5년 3월 18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18210449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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