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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쓰레기통 - 이 통에 담긴 건 `쓰레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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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4-03 14:33 조회29,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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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에 대한 평가가 담긴 말로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최하의 말은 무엇일까. 타인에게 듣는 욕설 중에서 가장 모욕적으로 들리는 말, 자존심으로 중심을 지지하고 있던 나의 자아를 거꾸러뜨리는 말이 무엇일까. 육두문자가 섞인 욕설일까? 이성을 잃고 쏟아져 나오는 욕설 중에 동물로 비유된 인간일까?

"쓰레기 같은 놈."

내가 느끼기에는 이 말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떤 타락의 마지막, 구제불능에 대한 가치평가를 담고 있다. 이 말이 담고 있는 가치평가의 범주는 현재 시간만이 아니라 미래 시간까지다. 어떤 가능성의 제로.

`쓰레기`라는 말은 그런 뜻이다. 그런 `쓰레기`를 담고 있는 사물이 바로 `쓰레기통`이다. 연필을 깎고서 생겨난 부스러기를 쓰레기통에 쓸어 넣다가 문득 그 안에 담긴 `쓰레기`들을 본다.

방금 깎던 연필의 부스러기들이 있다. 깎아낸 연필을 가지고 이제 나는 책상 위의 공책에 여러 가지 생각을 담은 문장을 적어 나갈 것이다. 그 문장 중에는 어떤 작가를 위한 것도 있고, 미지의 얼굴을 모르는 독자를 향한 것도 있으며, 제자로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 노트도 있을 것이다. 어제 지방에서 선배 선생님이 보낸 책을 싸던 누런 소포 서류봉투도 있다. 그 봉투에는 보낸 이와 받는 이의 주소를 적은 단정한 손글씨가 또렷하게 보인다. 그 손글씨에는 오랜 시간 고독한 연구 끝에 책을 출간한 학자의 자존감과 설렘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참 보지 못했지만 책을 받을 후배를 늘 잊지 않고 있던 이의 얼굴이 배어 있기도 하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3월 27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29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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