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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헤어드라이어 - 도시인의 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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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4-09 13:21 조회28,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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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변화가 찾아올 무렵 바람은 얄궂다. 대체로 바람은 봄에서 여름으로보다는 겨울에서 봄으로 옮겨가는 극적인 환절기에 더 변덕스럽다. 꽃샘추위가 찾아올 때면 바람 세기나 방향은 시시때때로,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 느닷없어 예측하기 어렵다. 아마 바람이 잔잔해지는 그때 즈음에서야 담과 강변도로는 유치원 어린이들처럼 함성을 지르는 개나리로 만개할 것이다. 첫사랑의 허무를 발산하는 벚꽃의 분홍색 그늘 밑을 도시인들이 걷고 있을 시간에도 바람은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바람은 `순풍`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 도시는 인공 마천루를 쌓아 올리며, 땅을 필요한 방식과 재료로 포장한다. 여러 다른 목적들로 존재하는 사물과 다른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과 다른 이유로 세워진 집들의 컬래버레이션이다. 그래서 도시 내부를 횡단하는 `바람`도 한 덩어리의 자연스러운 바람이라기보다는 인공 지형적 요소들에 의해 깎이고 교란되고 굴절되며 부분적으로 조각나고 조합된다. 도시의 바람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바람이 한 덩어리의 따뜻하거나 시원한 `자연스러운` 바람이 아니라 신경증적이라는 것이다.

도시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바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불까. 엉뚱하게도 머리를 감은 후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자연에서는 자연의 것이, 인공적인 세계에서는 인공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키치`는 자연에 어쭙잖은 인공이 들어설 때, 인공에 어설픈 자연을 결합할 때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헤어드라이어`는 도시 일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바람이 아닐까.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4월 3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318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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