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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가습기 살균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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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5-18 14:13 조회29,4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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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첫 아이가 생겼을 때 가습기를 처음 샀다. 아기와 산모에게 좋으니 반드시 틀어야 한다는 아내의 고집스러운 주장에 허리를 굽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용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벽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더니, 보름 새에 벽 위쪽이 검푸른 곰팡이로 가득 찼다. 그제서야 가습기를 치웠고, 그 후로 지금까지 가습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

가습기가 없는 우리 집은 수십년 된 낡은 집이다. 여기저기 틈새가 많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가 틈새를 통해 실내로 꽤 많이 들어온다. 집안 공기가 건조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습도를 측정하면 아주 낮게 나온다. 3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부나 가습기 회사들의 권장치 60%의 절반도 안된다. 그래도 그 때문에 우리 식구가 감기에 걸리는 일은 없다. 어느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믿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겨울철만 되면 건조한 공기가 감기를 유발한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와 “건조한 공기는 감기”라는 등식이 몸과 머리에 꽉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얼마나 건조해야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습도가 높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가습기에서 생기는 세균은 걱정해도 가습하는 일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실내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적정 실내습도, 정확하게 말하면 쾌적하다고 느낄 수 있는 습도는 온도에 따라서 달라지고, 범위도 아주 넓다. 유럽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지만 20도에서 쾌적함을 느끼는 상대습도는 20%에서 80%에 걸쳐 있다. 24도에서는 이 범위가 아래로 내려가서 18%에서 65%가 된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겨울철 실내온도가 24도 수준이니, 이 연구를 믿는다면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건조한 공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사람 사는 아파트의 습도가 20%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난히 아파트 거주자들이 습도에 예민해서 가습기를 많이 사용한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5년 5월 13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13205108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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