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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조계종 지도부와 동국대 이사회는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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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6-12 14:51 조회31,4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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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사학 동국대가 학내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연임이 유력했던 전임 김희옥 총장이 조계종 종단 고위층의 부당한 압력으로 중도 사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이사회는 사찰 문화재 절도 의혹이 제기된 일면 스님을 새 이사장으로 선출한 후 연구부정 행위가 확인된 교수인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뽑는 무리수를 저질렀다. 교수와 동문의 단식 등 반발이 이어졌고,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50일 가까이 대학광장 조명탑 위에서 홀로 농성 중이다.

사학의 전횡을 볼 때마다 대학의 주인은 과연 누구냐는 물음이 떠오른다. 국공립대학의 주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며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이다. 한국 대학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어떠한가? 큰 뜻을 품고 토지와 건물을 기부한 설립자의 소유도 아니요, 총장이나 이사장, 이사회의 재산도 아니다. 초·중·고교이든 대학이든 사학은 사회의 공유자산이며, 역시 국민이 주인이다. 그러므로 사학법인이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을 임의처분할 수 없고 국고에 귀속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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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사학은 흔히 족벌체제의 불투명한 운영과 각종 비리에 물들어 있다. 그 밑바닥에 학교를 공공의 자산이 아니라 배타적 소유권을 누려야 마땅한 물건으로 간주하는 사고가 박혀 있다. 그러나 사학의 ‘소유주’ 행세를 하는 이들이 오로지 자기 힘으로 학교의 자산을 일궈낸 것도 아니고 학교 운영비 일체를 정부 지원 없이 스스로 부담하는 것도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교육이라는 공공의 사업에 복무하기 때문에 사학은 국가로부터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아왔다. 쉬운 예로 초·중등학교 교원의 급여는 공립이든 사립이든 정부가 책임진다. 따라서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독점적 권한을 지닌 사학 소유주로 군림할 명분과 근거는 없다.

사학은 공공성이 보장되는 투명한 운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동국대 정관은 이사 정원 13명 중에 무려 9명을 “대한불교조계종 재적승려”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뜻있는 동국인들은 이러한 정관 탓에 이사회가 종단의 입김에 좌우되는 것은 물론이고 종단의 정치판에 휘말려 대학이 혼란에 빠질 염려가 높다고 비판한다.

동국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제289차 이사회(2015년 2월23일) 회의록을 보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조사 결과 보광 스님은 논문 18편의 표절 및 중복게재가 확인돼 중징계를 요청하는 안건이 상정되지만 다음 이사회로 의결이 연기된다. 제290차 이사회(2015년 5월2일)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제18대 동국대 총장 선임 안건을 상정해 문제의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뽑는다. 일부 참석자가 지난 회의에서 이월된 징계 안건부터 처리하지 않고 징계 대상자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불합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만, 학교 안정을 위해 우선 총장을 뽑고 표절 문제는 나중에 “확실하게 인정하고 정리”(!)하자는 의견에 다수가 동의한 것이다.

새 총장에 대한 징계 안건은 다시 차기 회의로 넘어가지만, 제291차 이사회(2015년 5월26일) 회의록에는 엉뚱하게도 표절 판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해당 논문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보고만 나온다. 참으로 학교 망신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조계종 지도부와 동국대 이사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대학은 그 공공성 덕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 당장 교수, 학생, 직원이 있고, 동문과 학부모, 지역사회도 발언권을 가져야 마땅하며 국가와 사회가 최종 이해당사자이다. 대학의 ‘주인’은 이렇게 다양하고 많지만, 대학이 행하는 연구와 교육의 질과 성과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대학 운영의 ‘주역’은 교수이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 영문학
(경향신문, 2015년 6월 5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05203610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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