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경]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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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7-06 16:01 조회32,69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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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가의 보호 바깥에 있는 사람이 애초부터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병원 직원인 건 분명하지만 정규직이 아니니 직원 대상 메르스 감염 추적 관리 때도 안중에서 벗어났던 것일 테고,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집을 떠나 사는 많은 청소년들 역시 존재하지만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존재감이 없어 사회의 관심이 되지 못하면 통계가 없고, 통계가 없으니 정책의 근거가 없어지는데, 딱히 지원도 없으니 존재를 입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이 악순환은 한국 사회에 이미 자리 잡고 살아가는 어떤 이들의 존재를 지우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미국 전역에서 인정한다고 판결한 것은 그런 점에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 판결이 중요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의 삶을 인정하면서 국가가 보호할 대상에 그들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결혼제도에 기반을 둔 가족이 절대적인 단위가 되는 세계에서 배우자로 인정 받지 못한다는 것은, 재산을 증여ㆍ상속할 때, 세금공제나 동반이주를 할 때, 그리고 의료적 처치에 필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이미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을 법적 보호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었다는 것을 법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법이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현실을 법에 반영하도록 노력한 많은 사람들 덕분이다. (후략)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문화인류학
(한국일보, 2015년 6월 28일)
기사 전문 http://www.hankookilbo.com/v/83f261e3c4c84cf78653da6291300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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