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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정치개혁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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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2-15 14:44 조회28,6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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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복지국가 건설과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등극했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가 그 시대정신의 구현자가 되겠다는 공언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그 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정치권의 주요 의제 리스트에서 사실상 삭제됐다. 물론 정치권의 책임 방기가 시대정신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여전히, 아니 과거보다 더 절실히 그 시대정신을 연호하고 있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다시금 핵심 선거의제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선거들이 끝난 이후엔 과연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지금의 정치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때에도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중략)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국가가 시장조정권을 발동하여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현실적으론 사문화된 것이라 봐야 한다. 국가의 시장조정권이란 결국 집권정당(들)이 행사하는 것인데, 한국에는 그럴만한 유력 정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주의와 맞물려 있는 현 소선거구 일위대표제는 지역 중심의 거대 양당제를 온존케 하고 있다. 진보정당들은 집권 능력을 갖출 수 없고, 양대 정당들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시장조정 의지를 키울 필요가 별로 없다. 지역 기반을 잘 관리하거나 대중적 인기가 상당한 인물을 다수 확보하고 있으면 선거정치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와 그 최종 결과물인 복지국가를 이루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의 선호와 이익을 제대로 대표하는 이념 및 정책 중심 정당들이 유력 정당으로 부상하여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에 상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대표성’이 약자와 소수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 모두에게 두루 보장되는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물이 아니라 정당에 투표하는 선거제도, 그리고 그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국회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의 도입이 급선무이다. 그래야 다종다양한 여러 계층과 집단들의 요구를 정치과정에 제대로 투입할 수 있는 다수의 유력 정당들이 등장할 수 있다.
(후략)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4년 12월 11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211205440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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