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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군대 없는 나라, 가능한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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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2-15 14:47 조회29,1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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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의 인권 오디세이

코스타리카의 군대 폐지는 군과 관련된 모든 활동의 종언을 뜻한다. 방위·군수 산업, 군산 연구개발, 무기체계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와 투자, 국민동원 시스템이 사라진 것이다. 안보와 평화를 탈군사화와 중립화라는 개념적 지렛대와 연결시켜 놓았다.

우리에게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차이가 대안적 안보 개념의 상상을 원천적으로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군에 의존한 안보를 줄이면서 인권·평화의 소프트파워와 외교력으로 그것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 나라엔 군대가 없다던데.” 필자가 코스타리카에 간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의 반응이었다. <군대를 버린 나라>라는 책도 있다. 일본에는 평화헌법이 있지만 사실상의 군대가 존재한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도 국민개병제를 실시한다. 그런데 정말 군대 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국방은 어떻게 하는가. 솔직한 현실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2월1일 코스타리카에선 솔리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군대 폐지의 날’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66년째였다. 1948년 12월1일, 호세 피게레스 대통령이 수도 산호세의 군사령부 벨라비스타 요새의 벽면을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현재 국립박물관이 된 그 자리엔 기념 동판이 붙어 있다. 전국 병영은 학교로 전환되었다. 이듬해 채택된 제2공화국 신헌법 12조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항구적 제도로서의 군대를 폐지한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48년 대통령 선거는 여론이 극도로 분열된 상황에서 실시되었다. 집권 국민공화당의 칼데론 후보와 야당 국민통합당의 울라테 후보가 맞붙은 선거는 부정 혐의로 얼룩졌고 선관위는 울라테의 승리를 선포했다. 하지만 여당이 불복하여 의회를 소집하고 재선거를 결의한다.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이 와중에 대농장주 출신 호세 피게레스가 등장한다. 기존 정권을 비판한 뒤 멕시코 망명길에 올랐다 돌아와 민병대를 조직하여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던 인물이었다. 피게레스는 혼란에 빠진 조국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군과 맞서기 시작했다. 1948년 3월12일부터 5주간 벌어진 내전은 약 2000에서 4000명의 사망자를 내고 피게레스의 승리로 끝났다.


임시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피게레스는 일련의 개혁조치를 단행한다. 5만콜론 이상의 자본에 일률적으로 10% 세금을 부과하고 은행을 국유화했다. 국영 전력회사를 설립하고, 바나나와 커피를 독점하던 미국계 다국적기업에 중과세를 매겼다. 여기에 더해 군대 폐지라는 화룡점정을 찍은 뒤 피게레스는 원래 공약대로 단기 집권을 끝내고 울라테에게 정권을 이양한 뒤 퇴진했다.


피게레스가 왜 군대를 폐지했을까. 이 방면의 전문가인 역사학자 메르세데스 무뇨스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원래 특별히 진보적인 성향이 아니었지만 ‘반공 사회주의’라 할 만한 독특한 노선을 취한 인물이었다. 우선, 내전으로 집권한 자신에게 역쿠데타가 발생할까 봐 선제적으로 군을 없앴다고 한다. 이미 1947년에 아메리카 대륙의 집단자위권을 설정한 리우조약(TIAR)에 가입해 있었으므로 해외망명을 떠난 정적들이 공격해 올 경우 국제적 지원을 받겠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망명한 칼데론 일파를 용공이라고 공격함으로써 미국이 이들에게 군사지원을 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미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겠다는 속셈도 있었다. 군대를 폐지함으로써 정권의 자신감과 안정을 과시하려 한 측면도 있다. 소국인 코스타리카한텐 군대 폐지가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 당시 코스타리카가 인구 60만명에 군병력 약 300명의 미니 국가였으므로 이런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후략)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겨레신문, 2014년 12월 9일)

기사 전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82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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