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 스툴 - 美는 스스로 몸을 곧추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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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3-09 12:27 조회28,66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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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는 겨울과 봄 사이의 추위라기보다는 `봄과 겨울 사이`의 전도된 추위다. 기지개를 켜고 신학기를 맞는 어린 학생들은 가벼운 계절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교로 나선다. 여자들의 치마 길이는 짧아지며 스타킹을 벗은 맨살의 다리가 성급히 나타나기도 한다. 칭칭 동여맨 목에서 어른들은 막 목도리를 풀려고 하는 찰나였다. 도시의 봄은 자연보다도 먼저 이렇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올해도 여지없이 봄을 시샘하는 찬바람이 깐깐하게 불어온다. 찾아오던 봄은 놀라 멈칫댄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샘`이 꽃의 시간을 역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스툴(stool)은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말한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이 의자의 모양새는 그 심플함을 통해 두꺼운 옷과 목도리와 장갑과 스타킹을 벗은 도시의 봄 여성 느낌을 풍긴다. 발음도 기품 있게 가볍고 모던하다. 스툴.
의자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큰 영향을 받기도 하고, 신경을 쓰기도 하는 가구 중 하나다. 스툴은 디자인적 영감 차원에서 가장 예민한 모양새를 지닌 의자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다는 것은 최소한의 프레임을 통해 기능적 요소와 공간적 여백을 미적으로 조화시켜야 하는 이중 과제를 드러낸다.
집 안에서 스툴이 눈에 띄는 장소가 어딘지를 생각해 보는 일은 흥미롭다. 아마 무심한 남자들은 바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화장대 앞이다. 그런데 왜 스툴이 화장대 앞에 앉는 의자로 사용될까. 스툴이 `불편하다`는 게 이유가 아닐까.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
(기사 전문)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3월 6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216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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