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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노란 리본 - `사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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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4-21 16:34 조회28,7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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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하늘은 왜 이리도 궂고 변덕스러운가. 벚꽃은 하룻밤 비바람에 떨어졌고, 목련은 하얀 얼굴을 내밀다가 역시 때를 모르고 수시로 불어대는 바람에 이지러졌다. 꽃 피기 전에 꽃 지는 봄이다. 지기 전에 떨어지는 봄이다.

자동차도로로 출근을 하다가 노란 리본들이 매달려 흔들리는 걸 본다. 강변도로가 시작되는 암사대교 부근부터 강변도로 저 끝 행주대교 부근까지 길 옆으로 이어진 노란 리본을 본다. 노란 리본은 손을 흔들고, 노란 리본은 재잘거리고, 노란 리본은 환하게 웃는다. 노란 리본은 천진하고 순진하다. 그건 영락없는 아이의 색이다. 봄의 색이다. 반갑다.

그러나 노란 리본은 바람이 불자 갑자기 아우성을 친다. 작은 꽃잎들이 세차게 흔들린다. 가지에서 떨어져 공중으로 날아가고, 어느 지점에선가 가는 곳 모르게 흩어진다. 공중으로 흩어진 노란 리본은 저기서 아스라이 손을 흔든다. 벚꽃의 허무보다 더 한 작은 손짓은, 봄 마중 인사가 아니라 작별 인사다. 그러나 작별 인사가 아니기도 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현대시 1·2위는 늘 김소월의 `진달래꽃`이었다. 슬프지만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哀而不悲) 저 애잔한 사랑의 빛깔이 한국인의 봄빛 정서를 대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4년 이후 한국인의 봄빛은 성인 남녀의 것이기보다는, 아이들의 빛깔로 바뀌었다. 봄을 대변하는 꽃은 진달래나 벚꽃이나 목련이 아니라, `개나리`다. 그러나 강변도로를 달리다가 만난 이 꽃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노란 리본`을 보는 착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4월 17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368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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