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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박스-공동체(共同體)가 아니라 공동체(空同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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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4-26 21:33 조회28,9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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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感謝)의 계절`이 다가온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감사를 꼭 그날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기념일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기념일을 맞는 것이다. 평소 챙기지 못했던 이들에게 쑥스럽지 않은 표정으로도 `마음의 표시`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상대가 누구일지라도 마음의 표시에는 `폼(form)`이 중요하다. 폼의 기본은 `구겨지지 않는` 것이다. 이때 `박스(box)`라는 사물은 `마음의 폼`을 유지하게 하는 데에 거의 필수적이다. 이 사물은 내용에 상관없이 그 안에 담긴 선물에 가지런한 인상을 부여하고 단정한 품새를 유지하게 한다.

박스의 이런 가능성은 박스 모양 그 자체에서 나온다. 박스는 박스에 담을 물건의 폼을 유지시키기 위해 그 자신은 내용을 갖지 않는(비어 있는) 폼을 하고 있다. `내용 없는 폼`이란, 박스가 `형식`만으로 되어 있는 사물이란 뜻이다. 형식만 있기에 박스는 어떤 다양한 내용물도 담을 수 있고, 그 내용물의 폼을 저마다 고스란히 유지시킬 수 있다. 사과도, 옷도, 과자도, 볼펜도, 인형도, 책도 다 담긴다. 이 다양한 목록을 거기에 담아 아이의 선물로, 부모님과 선생님의 감사 선물로 구겨지지 않은 원형 그대로 건넬 수 있는 것이다.
엉뚱하게도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출시됐던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생각난다. 과자 종합선물세트는 커다란 박스 안에 과자, 초콜릿, 사탕, 껌, 부록 등 여러 종류의 과자들이 함께 들어 있었다. 박스는 다양한 과자를 구겨지지 않고 `공존`하게 하는 사물이었다. 말하자면 그 박스는 하나 안에 담긴 다양성의 표현이었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4월 24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3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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