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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좌변기 - 휴머니즘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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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5-18 14:11 조회29,4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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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의 풍경을 결정적으로 바꿔 놓은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 무엇일까. 보기에 따라서는 오늘날 `도시`라는 것 자체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화장실`의 발명이다. 하수도를 이용한 로마의 유명한 공중화장실이 사라지고, 서양의 중세가 다시 오래된 농경사회적 풍경으로 회귀하는 방식으로 용변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은 늘 나를 갸우뚱하게 한다.

화장실이 사라짐으로 인해 `도시`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용변이 도처에 널린 도시라는 걸 생각해 보라. `도시`란 `폼생폼사`에 붙은 이름이 아닌가. 사람이나 도시나 `폼`을 유지하는 일은 `가장 은밀한 곳`을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할 것이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대 도시는 서양 중세와는 다른 방식으로 화장실을 도시 풍경에서 사라지게 했다. 실내화장실이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공중화장실이 있던 시대와 없던 시대의 차이만큼이나, 화장실이 도시의 주택 바깥에 있느냐와 없느냐의 차이는 크다. 도시의 시각적 풍경뿐만 아니라 도시의 공기까지 바꿔놓기 때문이다.

실내화장실은 화장실을 개인화한다. 그것은 가장 짐승스럽기에 인간으로 하여금 `수치스러운` 자의식을 부과하는 신체 행위에 `개인주의`를 선물함으로써, 비로소 이 행위에 짐승과는 다른 `휴머니티`를 선사한다.

적어도 외적인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사물은 좌변기이다. 좌변기는 의자와 같은 형식이므로, 이는 확실히 공중화장실이 아니라 실내로 들어온 화장실에 적절한 도구라 할 수 있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5월 15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467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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