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재외 교민이 풀지 못하고 떠난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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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7-13 18:14 조회34,3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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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일 등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하다가 한국에 잠깐 들어온 사람들은 대체로 세 번 놀란다. 첫 번째는 인천공항, 지하철, 화장실, 빌딩 숲, 병원시설, 의료기기, 인터넷 등 하드웨어 수준이다. 선진국보다 나은 점이 수두룩하다. 대체로 돈과 기술로 만들 수 있고 참고할 만한 선진 사례도 있다. 그러니 중국이 결심하면 단번에 추월해 버린다.
두 번째는 물가, 임금, 소비 수준이다. 통신요금 식료품비 스타벅스 커피값 등은 너무 비싸서, 병원비 공공요금 이미용료 먹자골목 밥값은 너무 싸서 놀란다. 대·공기업 공무원 전문직 은행 등 규제산업 종사자의 임금은 너무 높아서, 청년들이 많이 하는 편의점 식당 알바 기간제 근로자 등의 임금은 너무 낮아서 놀란다. 이 비밀은 웬만큼 안다. 비싼 요금 뒤에는 높은 임차료, 후진적인 유통망, 독과점이 있고 싼 요금 뒤에는 엄청난 공급 과잉, 청년실업과 정부의 무식한 공공요금 통제가 있다. 지인들의 높은 소비 수준의 비밀도 안다. 외국 유학을 했거나 취업에 성공한 사람의 지인 정도라면 대체로 중상층 이상인데, 낮은 세금(소득세와 연금보험료 등)에 힘입어 가처분 소득이 엄청 높다. 좋은 시절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하여 부동산이 부풀려 준 부와 정부나 노조가 만든 지대(rent)와 한국 특유의 과시적 소비성향도 깔고 있다.
진짜로 놀라는 것은 세 번째다. 시스템과 공공리더십의 지독한 후진성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보고 기겁했다. 기업주(유병언), 종업원(선장), 병원, 의사, 환자 등은 너무 몰상식 무원칙하게 행동했다. 대통령과 재난대응 실무 책임자는 너무 무능했다. 시스템의 뼈대인 혜택-부담(요금, 세금), 위험-보상, 권한-책임, 직무-실력의 균형이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이 후진 시스템 문제는 덮어두고 기업의 탐욕과 변칙을 탓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중대한 실책이나 괴담으로나 떠도는 범죄 혐의를 찾는 데 주력했다. 야당도 시스템의 문제를 도덕과 범죄의 문제로 바꿔서 소모적 정쟁을 주도했다.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안목 있는 교민조차도 이 수수께끼는 풀지 못하고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돌아갔다. 사실 조선 말기 수준의 악덕이 창궐하는 곳은 대체로 혜택-부담, 위험-보상의 균형을 잡아주는 시장(가격)을 내친 곳이다. 대신에 예산 및 권좌 쟁탈전에 익숙한 정치(예산 폭탄론)와 안정, 면피, 기득권 편향의 관료적 규제가 판치는 곳이다.(후략)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동아일보, 2015년 6월 30일)
기사 전문 http://news.donga.com/3/all/20150630/72185416/1
두 번째는 물가, 임금, 소비 수준이다. 통신요금 식료품비 스타벅스 커피값 등은 너무 비싸서, 병원비 공공요금 이미용료 먹자골목 밥값은 너무 싸서 놀란다. 대·공기업 공무원 전문직 은행 등 규제산업 종사자의 임금은 너무 높아서, 청년들이 많이 하는 편의점 식당 알바 기간제 근로자 등의 임금은 너무 낮아서 놀란다. 이 비밀은 웬만큼 안다. 비싼 요금 뒤에는 높은 임차료, 후진적인 유통망, 독과점이 있고 싼 요금 뒤에는 엄청난 공급 과잉, 청년실업과 정부의 무식한 공공요금 통제가 있다. 지인들의 높은 소비 수준의 비밀도 안다. 외국 유학을 했거나 취업에 성공한 사람의 지인 정도라면 대체로 중상층 이상인데, 낮은 세금(소득세와 연금보험료 등)에 힘입어 가처분 소득이 엄청 높다. 좋은 시절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하여 부동산이 부풀려 준 부와 정부나 노조가 만든 지대(rent)와 한국 특유의 과시적 소비성향도 깔고 있다.
진짜로 놀라는 것은 세 번째다. 시스템과 공공리더십의 지독한 후진성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보고 기겁했다. 기업주(유병언), 종업원(선장), 병원, 의사, 환자 등은 너무 몰상식 무원칙하게 행동했다. 대통령과 재난대응 실무 책임자는 너무 무능했다. 시스템의 뼈대인 혜택-부담(요금, 세금), 위험-보상, 권한-책임, 직무-실력의 균형이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이 후진 시스템 문제는 덮어두고 기업의 탐욕과 변칙을 탓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중대한 실책이나 괴담으로나 떠도는 범죄 혐의를 찾는 데 주력했다. 야당도 시스템의 문제를 도덕과 범죄의 문제로 바꿔서 소모적 정쟁을 주도했다.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안목 있는 교민조차도 이 수수께끼는 풀지 못하고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돌아갔다. 사실 조선 말기 수준의 악덕이 창궐하는 곳은 대체로 혜택-부담, 위험-보상의 균형을 잡아주는 시장(가격)을 내친 곳이다. 대신에 예산 및 권좌 쟁탈전에 익숙한 정치(예산 폭탄론)와 안정, 면피, 기득권 편향의 관료적 규제가 판치는 곳이다.(후략)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동아일보, 2015년 6월 30일)
기사 전문 http://news.donga.com/3/all/20150630/72185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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