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 칫솔 - 이빨을 잘 닦아야 치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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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3-23 18:50 조회28,87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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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문다`는 말이 있다. 그가 누구든 `이를 악무는` 상황은 그에게는 처절하고 절박하며 극심한 고통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자연분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던 옛날에는, 애를 낳을 때 산모의 입에 재갈을 물려주었다고 한다. `이를 악물기` 위한 방편이다. 혹독한 고통에 노출된 산모가 너무 이를 악물어서 이와 턱 등이 상하게 될까봐 완충용 도구를 사용했던 것이다.
꼬마들 중에는 또래 친구와 싸울 때 결정적으로 위급한 상황이 되면 상대를 `무는` 아이들이 꼭 있다. 이 또래를 자녀로 둔 엄마들이 `꼭지`가 도는 경우 중 하나가 다른 애에게 물려서 온 자기 애를 볼 때다. 나 어릴 적에 우리 엄마도 그랬다. 주목할 점은 대체로 초등학교 이후에는 싸움을 해도 무는 애들이 현격히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 나이에는 싸움에도 암묵적인 규칙 같은 게 있어서 `물기` 같은 건 비겁한 `규칙 위반`으로 여겨져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축구팀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루이스 수아레스라는 공격수가 세계 축구사에서 흔치 않은 이유로 주목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리그 경기에서는 물론이고 월드컵 경기 도중에도 흥분하면 상대편 선수 어깨를 갑자기 물어버리곤 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핵이빨`이라고 부른다.
사람 몸에서 나오는 소리 중에 가장 견디기 어려우며 괴상한 느낌이 드는 게 밤에 이가는 소리다. 어른이 이를 갈든 아이가 이를 갈든 상관없다. 어두운 밤중에 한방에서 누군가와 같이 자게 될 때, 그 소리를 듣게 되면 `소름이 끼쳐` 신경이 들리고 쉽게 잠을 이루기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코 고는 사람은 자기가 평소 코 고는 줄 알지만, 이를 가는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거다. 이를 가는 것은 자신도 모를 만큼 더 내밀하다는 뜻이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3월 20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266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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