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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무능·무책임한 대학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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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4-09 13:20 조회29,0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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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을 성토하는 중앙대의 긴급 토론회에 토론자로 불려 나갔다. 갑자기 시설 사용허가가 취소되어 오후 4시 행사는 정문 앞 길가에서 열렸다. 해가 곧 기울자 참석자들은 이른 봄의 쌀쌀한 바람에 떨며 자리를 지켜야 했다. 찬 시멘트 바닥에 앉아 두 시간을 꼼짝 않고 귀를 기울이던 진지한 학생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학과 폐지와 단과대학별 신입생 모집이라는 극단적 계획을 학장들에게도 발표 전날에야 알리는 중앙대의 밀실 행정은 요즘 대학에서 흔히 겪는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 중앙대 사태는 특정 대학이 아니라 전국 대학을 휩쓸고 있는 갈등의 일각이다. 그 뒤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버티고 있다.

토론회 이튿날 교육부, 중앙대 법인, 이명박 정부의 교육문화수석이었던 전임 총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이 너나없이 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삼은 구조조정의 거친 압박 아래 부실과 비리에 멍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확정된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에서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 배점을 이전의 공청회 안보다도 높였다. 지방대학 죽이기, 기초학문 몰락을 재촉하여 온 기존의 틀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1단계 평가지표(60점) 중 정량지표(42점)를 활용하여 전국 사립대학 143개교에 대해 실시한 모의평가가 담긴 보고서 ‘대학 구조조정 현황과 전망’ 중에서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5등급 중 최고인 A등급이 예상되는 13개교 중 전임교원 확보율이 법정 기준(교원 1인당 학생수 인문사회계 25명/이공계와 예체능계 20명)을 충족하는 대학이 전무할 것으로 평가된다. 교육부가 이 평가항목의 정량지표 만점을 법정 기준이 아닌 전국 대학 평균값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공시정보를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대학알리미’에 의하면 2014년도 교원 1인당 학생수 전국 평균은 28.7명, 교원 확보율은 74.13%이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밑바닥이다. 이처럼 열악한 평균치에 만점을 주는 평가방식에는 학생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만 앞세우는 사고가 숨어 있고, 연구와 교육 여건 개선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둘째, 법인지표(법인전입금 비율 및 법정부담금 부담률)는 평가항목에서 아예 빠져 있다. 말문이 막힌다. 학교 재정을 돕기는커녕 종종 부정한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학재단들의 성공적인 로비가 간접적으로 입증된다. 작년 9월 1차 공청회에 등장했던 정성평가지표인 ‘학교운영의 투명한 공개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 고등교육의 질적 발전이라는 국가의 책무는 철저히 외면당하며, 교육부의 책임 방기가 적나라하다.

평가지표 구성이 이 꼴이니 앞의 모의평가에서 1등과 꼴찌 141등의 점수차는 8.3점(최하위 2개 대학 제외)에 불과할 만큼 치열하다. 하위 등급 판정을 받으면 대규모 정원감축 등의 불이익을 당할 절박한 상황에서 0.1점도 아쉬운 대학은 당연히 손쉬운 지표에 눈을 돌리게 된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 영문학
(경향신문, 2015년 4월 3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03211033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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