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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야구가 내게 말해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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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5-26 17:02 조회30,1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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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꼴찌에 머물던 한화 야구가 최근 '중독 야구' '마약 야구'로 불리며 야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불꽃 남자'로 불리는 권혁이 있다. 혹사 논란도 있지만 연일 경기 막판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투구를 하는 그의 얼굴에선 삼성 시절 보기 어려웠던 밝은 웃음과 자신감이 보인다. 나는 이런 권혁을 보면서 '야구가 뭐기에 일등만 하던 팀에서 꼴찌 팀으로 이적해 저렇게 열심히 뛰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고 엘리트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버리고 오직 한 회라도 더 던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삶이란 돈과 명예에만 있지 않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에 있음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권혁의 모습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보통의 인간이 만들어내기 위한 성공과 자기실현의 과정을 야구 인생과 놀라운 투구 비법으로 보여준 놀란 라이언의 '피처스 바이블'(문학세계사, 2015)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된다. 라이언은 책의 마지막을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하려 노력하다 보면 한 명의 투수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성공과 자기실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맺고 있다.

라이언의 말은 46세까지 150km가 넘는 광속구로 7번의 노히트노런과 5714개의 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투수의 고백치고는 평범하게 들린다. 그는 보통의 인간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기울이는 눈물겨운 노력의 과정만큼이나 자신의 투구 인생에서 잘못된 점을 반복적으로 고쳐나가며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가령 팔뚝의 힘줄이 끊어져 제대로 된 투구는커녕 공을 고작 1m도 던지기도 어려웠던 상황을 이겨낸 장면이나 강속구 투수치고는 키와 손이 모두 크지 않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손바닥으로 공을 감싸고 조이듯이 타이트하게 잡고 던지는 과정을 서술한 장면 등은 인생의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보통 사람의 노력과 다르지 않다. 최고가 되기 위한 보통 사람의 노력, 그것이 1991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로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사람과 야구 지도자들에게 최고의 교과서(Bible)로 불리는 라이언의 이 책이 주는 매력이다.
(후략)


박형준 시인, 동국대 국어국문 문예창작학부 교수
(스포츠조선, 2015년 5월 23일)

기사 전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23/20150523000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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