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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정권의 위기, 국가의 위기로 비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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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2-09 14:44 조회29,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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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진보적 의제들을 선점했다. 경제적 불평등의 완화를 위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표적 사례였다. 복지의제였던 기초연금 공약은 진보세력의 보편적 복지담론을 닮은 듯했다. 외교·안보분야에서도 북한에 대한 화해협력정책과 강압정책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했다. 전임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한 셈이다. 동시에 선거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서해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는가를 쟁점화했다. 안과 밖에 적을 만들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체계를 표현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냉전적 보수세력을 호명하며 정책적 좌회전을 시도하는 의제설정의 정치를 통해 지지기반을 확장하고자 했고, 결국 박근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

선거과정에서의 의제설정을 진정성의 소산으로, 의제설정과 선거결과를 신뢰의 표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의제들을 정책으로 만들고 실천할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실력, 보수의 실력을 기대했다. 경제민주화와 한반도 평화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대적 소명이고, 그 둘이 새 성장동력이라는 전환적 사고도 그 기대에 투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력을 장악한 주체들은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는 5년 단임제하에서 선거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정치연합을 지속·확대하는 일을 불필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정부의 지지율만 유지된다면, 선거과정의 의제를 정책화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권력은 의제의 생략, 의제의 전환, 정책 없는 의제의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비판과 견제를 하지 못할 때, 권력의 그 기능은 극대화된다.

경제민주화가 의제에서 사라졌다. 국가 및 개인의 부채를 증가시켜 성장을 이루려는 사실상의 부채주도 성장론이 경제민주화를 대체했다. OECD 기준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최하위권이고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최상위권인 한국에서 성장제일주의가 적절한 대안인지 의문이다. 기초연금 공약을 수정하고 정책화한 이후, 복지의제는 증세 논란과 결합되어 진퇴를 반복하고 있다. 증세 없이 성장을 통해 세수를 증대해 복지에 투자하겠다는 의제전환은, 증세가 정권의 지지기반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산물일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집권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집권 2년차를 지날 즈음 지배연합 내부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후략)


구갑우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 정치학
(경향신문, 2015년 2월 8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08212428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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