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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목수도 복지걱정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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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2-13 14:51 조회29,5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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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집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독일 목수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일행 한 사람이 독일 목수의 하루 임금이 얼마인지 물었다. 우리가 만난 목수가 30년가량 목수일을 했다는데 꽤 잘사는 것처럼 보여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졌던 것이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숙련된 기술을 가진 마이스터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 돈으로 15만원쯤 받고, 마이스터가 되어야 25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이구동성으로 그것밖에 못 받느냐는 반응을 보이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납득이 잘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다시 세금이나 보험을 공제한 후의 임금이 얼마인지 물었다. 연금보험, 의료보험, 세금, 실업보험, 통일연대기금을 제하면 약 10만원 또는 15만원가량 된다고 한다.

독일 목수와 헤어져서 돌아오는 길에 한국 목수에게 하루 10만원 받고 일할 수 있겠는지 물었다. 자기는 물론 아무도 하려 들지 않을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제되는 5만원이 나중에 이런저런 혜택으로 되돌아온다고 해도 지금 주머니 속으로 10만원밖에 안 들어오는 건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 목수의 하루 임금은 15만원에서 25만원이다. 독일 목수와 같은 수준이다. 당장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만 따지면 40%가량 더 많다. 그런데도 한국 목수의 생활수준은 독일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역설적이지만 그 이유는 독일 목수는 세금이나 보험으로 내는 돈이 많고, 한국 목수는 그런 돈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30년 전 독일에서 조교로 일할 때 월급은 명목가치로 140만원가량 되었다. 그중에서 22만원이 세금, 15만원이 연금, 12만원이 의료보험, 4만원이 실업보험으로 공제되었으니,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90만원이 채 안되었다. 수입이 당시 독일 임금 생활자의 중간에 못 미쳤는데도 월급의 40%에 가까운 돈이 세금과 보험으로 나갔던 것이다. 그래도 큰 불만은 없었다. 그 덕에 그곳에서 대학 다니던 6년 동안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은 실질가치로 따져서도 그때보다 수입이 두 배 이상 되지만 세금 등으로 공제되는 돈은 20%밖에 안된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5년 2월 11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11205845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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